[증시 1000 시대 열자] 제1부 : 고개숙인 기관 ⑤ 연기금을 깨워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1백40만명의 노후가 달려 있는 퇴직연금(CalPERS,캘퍼스)의 자산 운용은 의외로 공격적이다. 전체 자산 1천6백58억달러(2백조원 상당,3월말 현재)중 66.9%가 주식(사모펀드투자 포함)이다. 공무원의 노후를 책임지는 자산 운용이라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주식 비중이 안전 자산이라는 채권(28.7 %)의 배를 훌쩍 넘었다. 캘리포니아 주도인 새크라멘토 캘퍼스 본사에서 만난 홍보책임자인 브래드 파체코 국장은 기자의 궁금증을 이렇게 풀어줬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투자 수익률이 채권투자 수익률 보다 높았습니다.캘퍼스는 자산을 장기로 운영하기 때문에 주식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왔고 앞으로도 그런 기조를 유지할 계획입니다.그러나 위험을 줄이기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실제 캘퍼스의 자산운용철학은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가능한 한 최고의 수익을 거둔다'였다. 캘퍼스는 1년에 한 번 이사회에서 투자방향을 정한다. 위험을 감내할 수 있도록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대상별로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작업에는 실제 투자를 책임지는 선임 투자자와 외부 전문가들까지 참여한다. 이렇게 정해진 방향에 따라 투자가 진행되고 수석투자담당자는 한 달에 한번씩 이사회에 운용실적을 보고한다. 여기에다 내부의 위험관리시스템을 가동,일주일 또는 하루 단위로 투자위험을 투자담당자에게 알려준다. 위험을 분산시키기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부 오리건주의 삼림에도 투자할 정도로 다양한 투자수단을 찾고 있다. 전제 자산 중 21.6%가 외국주식인 것도 위험분산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주식은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순으로 많다. 한국에도 채권포함,해외 자산의 1.76%인 6억5천1백34만달러를 투자했다. 파체코 국장은 "해외주식 투자는 수익성 높은 기업을 골라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지수를 따라가는 수동형"이라며 "아시아 투자는 노무라와 블랙록 인터내셔널 등 외부 기관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공무원퇴직연금 운용을 책임지는 투자국에는 1백20명의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중 1백명은 주 공무원들이다. 캘퍼스 직원 1천6백명이 대부분 공무원들인 것처럼 투자담당자들도 공무원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투자전문가로 클 수 있는 공부를 했고 대부분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도 갖고 있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전문가들에게 별도의 보상이나 자극을 줘야 하지만 미국에서도 공무원들에겐 탄력적인 임금 적용이 불가능하다. 그런 문제는 민간전문가 채용으로 보완하고 있다. 1백20명의 투자전문가 중 20명은 민간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높은 직책을 맡고 있다. 수석투자담당인 마크 안손도 재무분야 책을 3권이나 쓴 베테랑이다. 캘퍼스는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위해 기업지배구조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최고경영자(CEO)가 얼마전 회장 자리를 내놓은 것도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캘퍼스의 압력이 결정적이었다. 캘퍼스가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요주의기업으로 선정하면 주가가 올라 '캘퍼스 효과' 란 말도 생겼다. 캘퍼스는 1932년 주 법에 의해 탄생했다. 지금은 주 정부 공무원과 교사를 제외한 공립학교 직원 및 그 가족 및 퇴직자들의 노후와 의료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거대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새크라멘토(미국 캘리포니아주)=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