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투자 '대박' 아니면 '쪽박'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미국등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기간 10% 이상 이익 또는 손실이 날 확률은 국내 증시가 미국의 4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23일 한국증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올 6월까지 국내 증시(거래소시장 기준)의 연평균 변동률은 31%로 미국(17%),영국(16%),일본(16%) 등 선진국 증시보다 1.8∼1.9배 높았다. 실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000년에는 연초 1,028포인트에서 연말 504포인트로 '반토막'이 났지만 2003년에는 627포인트에서 810포인트로 29% 급등했다.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가도 마찬가지다. 1990년부터 올 7월9일까지의 기간중 임의로 20일간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10% 이상 수익을 내거나 손해를 봤을 확률은 국내 증시가 각각 13%와 12%인 반면 미국(S&P500 기준)은 3% 정도에 그쳤다. 20% 이상 이익 또는 손실을 낼 가능성은 국내 증시가 각각 3%인 반면 미국 증시는 '제로(0)'였다. 국내 증시에선 단 20일만에 은행금리의 2∼5배를 벌거나 잃을수 있지만 미국 증시는 극단적인 이익이나 손실을 보지는 않는 셈이다. 그러나 장기투자의 경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 증시는 단기 변동성이 큰 것과는 달리 장기적으로 500∼1,000포인트의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1990년 초나 지금이나 830선 안팎이다. 이에 반해 미국 S&P500지수는 이 기간 200선에서 1,100선으로 5배 이상 뛰었다. 미국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증시가 이처럼 단기 변동성은 크면서 장기적으론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은 주가가 기업가치가 아닌 정치적 변수 등 '외부요인'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기 때문이라는게 증권연구원의 분석이다. 즉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되지 않고 오를 때 다같이 오르고 내릴 때 다같이 내리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3월12일 기준) 당시 8백37개 상장종목중 82%인 6백83개 종목이 무더기로 급락한게 단적인 예다. 또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계열사간 출자관계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주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점도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국내개인들이 주식투자를 꺼리거나 아예 투기적 단타매매에 나서는 것도 이처럼 변덕스러운 증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빈기범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의 경우 주가가 기업 내재가치보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움직이는 경향이 미국보다 훨씬 강하다"며 "내재가치에 근거한 투자문화 확산과 함께 외부변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