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혁신포럼] 우리는 이렇게 해냈다...삼성전자.경찰청 사례

혁신적인 기업이나 조직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명확한 목표,리더의 의지,구성원들의 참여 등이다. '가치의 결정자'인 고객을 지향하는 자세도 빠뜨릴 수 없다. 기업과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경찰청의 혁신 성공사례에 담겨있는 내용도 다를 바 없다. 삼성전자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을 키워드로 삼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 중심축이 지난 98년 설립된 VIP센터다. 이 센터는 개발인력과 마케팅,생산,협력회사 직원까지 포함하는 제품 개발팀을 구성,시장과 고객,경쟁사 분석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요소를 찾아 상품화 이전 단계부터 제품의 컨셉을 정하는 노력을 해왔다. 과연 새 상품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고객에게 과연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상품화 이전 단계에서부터 고민해 온 것이다. 이같은 혁신을 추진해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먹히는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힘쓴 결과,지난 3년간 2조4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가치혁신은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90년대 중반 주창한 경영전략론.삼성전자는 그 골자를 비용을 낮추면서도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가치의 획기적 증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동진 삼성전자 VIP센터장은 "가치혁신을 위해서는 관습과 같은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특징있는 상품이나 새로운 원가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혁신성공의 요건으로 △최고 경영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단계별 추진 목표와 체계의 명확화 △교육 강화와 혁신 인력풀 확충 등을 꼽았다. 경찰의 성공 사례는 삼성전자에 비해 극적이다. 참여정부 출범후 '혁신'을 천명했지만 내부에서 조차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의례적 행사"라는 식의 불신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경찰청 내에 혁신 전담기구인 '경찰혁신기획단'을 신설해 30여명을 공모로 선발,본격적인 혁신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경찰,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혁신의 비전을 수립했다. 국민과 일선 경찰을 혁신의 동반자가 아닌 혁신의 대상으로 삼았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이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혁신 최우선 과제를 수렴한 결과,내부에서는 잘못된 인력구조 개선이,외부에서는 파출소 개편이 꼽혔다. 이에 따라 핵심과제로 삼은 '직급 구조 조정'과 '파출소 운영체계 개편'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찰활동의 중심을 처벌,적발,단속이 아니라 보호,예방 등으로 바꾸면서 고객(국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는 조직으로 바뀌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홍영기 경찰청 혁신기획단장은 "구조적 장애들을 넘어서야 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혁신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밀려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