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국어

학자들마다 큰 차이가 있지만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어림잡아 6천여개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는 게 세계적인 환경연구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의 우려섞인 전망이다. 유네스코도 많은 소수 민족의 언어가 사멸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 내용의 '사멸위기 언어지도'보고서를 통해 그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수단이기에 언어의 상실은 곧 인간존재의 상실을 의미할 뿐더러 해당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영원히 지워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도 이루 셀 수 없는 언어들이 지구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는데 주된 원인은 전쟁 자연재해 대량학살 질병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영어나 중국어 등이 널리 쓰이면서 언어세계에서 '적자생존''약육강식'이 적용되는 양상이다. 정치·경제적으로 강한 나라의 언어가 공용어 또는 공통어로 채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어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외국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한류열풍이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시작된 한류열풍은 대만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로 확산됐고,얼마전에는 일본에서 국내 TV드라마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 '욘사마 신드롬'이 열도를 뒤흔들어 놓기도 했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이해하려는 열성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지난달 실시한 한국어능력시험에는 이들 국가에서 1만7천여명이 응시했었다. 비단 문화적인 측면만이 아니고 우리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국립대학을 비롯 대부분의 유명대학들이 한국어과를 개설했고,몽골에서는 정서적인 이유까지 겹쳐 한국어가 기대 이상으로 붐을 타고 있다고 한다. 올해 한글날에는 소홀하게 여겼던 한글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빠르게 진행되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과정에서 우리 언어가 어떻게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아울러 고민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