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동결] 갈 곳 없는 시중자금 해외로 ‥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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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국고채 싹쓸이,기업들의 설비투자 기피에 따른 회사채 공급물량 격감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아 금리 인하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낮아진 국내 금리는 시중자금을 해외로 쫓아내는 역할만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공교육 부실과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자녀를 유학보내거나 아예 이민을 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자금의 해외유출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해외 채권투자 급증
국내 채권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고 채권 공급물량마저 부족해짐에 따라 시중자금이 해외 중·장기 채권매입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내국인의 해외 중·장기 채권투자 순유출액은 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연 3.75%→3.50%)했던 지난 8월에만 7억8천5백20만달러의 순유출이 이뤄진 것은 금리인하 후유증이 시중자금의 해외 유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콜금리가 인하된 이후 10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 밑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 금리가 미국 내 금리보다 낮아져 자본유출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자금 편법유출도 증가세
해외 중·장기채권 투자는 대부분 보험사들과 연기금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만기 10년짜리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연 3.9% 수준인데 반해 미국 10년물 국채(TB) 수익률은 4.2% 안팎으로 금리격차는 0.3%포인트로 벌어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5년 이상 중·장기 채권이 많지 않은 데다 금리가 낮아 자산운용이 어려운 반면 해외 유가증권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관투자가를 통한 해외채권 투자뿐만 아니라 이민이나 교포의 추가 재산반출 형식으로 빠져나간 개인자금 중 상당액이 고수익을 좇아 해외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개인들이 해외로 유출한 자금 1백36억달러 가운데 이민이나 교포들의 재산반출 형식으로 빠져나간 자금은 11억6천만달러로 20.8%나 급증했다.
유학·연수비 형식으로 빠져나간 돈이 16억달러(1조8천여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늘었다.
◆정부,불법 외환거래 차단 나서
올 들어 9월까지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는 1천3백42건,금액으로는 3조3천2백7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불법 외환거래 규모(1천3백11건,2조2천33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김용덕 관세청장은 "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 외환거래나 대규모 환치기 조직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여 불법자금의 해외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