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vs 국채시장.. 미국 경기예측 어디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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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중 어디가 미 경제의 진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연일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고유가와 올 하반기 들어 지속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은 분명 주식시장에 악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주식시장과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미 국채시장 중 어느 쪽이 향후 미국 경제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미국에서 가열되고 있다.
특히 최근 양 시장은 모두 경제 상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미국 경제의 진로와 관련,궁금증을 갖게 한다.
◆꿋꿋한 주식시장=고유가와 금리인상이 이어지면 물가상승과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두 달여간 미 주식시장은 금리인상 소식과 소프트패치(soft patch) 논란 와중에도 비교적 견조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유가가 45달러 선을 넘어서기 시작한 지난 8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시작,당시보다 10% 이상 오른 상태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유가와 주식 시장이 동반상승하는 날도 종종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향후 경제를 좋게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옳다면 올 연말 내지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기는 다시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이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으로 대변되는 FRB의 미국 경제 인식과도 일치한다.
◆하락세가 지속되는 채권수익률=미국 경제의 앞날에 관해 미 국채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주식시장과는 완전 반대다.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수익률도 함께 올라가는 게 보통이지만 미 국채금리는 좀체 바닥권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0일 3%대로 떨어졌다.
채권수익률이 떨어지고 채권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1986년 이후 네 번에 걸친 미국의 금리 사이클을 보면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초의 금리인상 이후 3개월간 상승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의 비정상적인 과열현상에 대해서는 그린스펀 의장의 경기판단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신규 고용이 지난 3개월간 지지부진했고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등 미국 경제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는 게 채권시장측 참가자들의 견해다.
◆어디가 맞는가=현재 채권시장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의 하락 추세는 불길한 징조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필립 코건은 "대선이 끝나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채권수익률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식시장이 맞다면 다행이지만 채권시장이 옳다면 향후 미 주식시장의 큰 폭 하락도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