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도이전' 헌재결정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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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8명의 압도적인 결과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우리의 글이 한글이고 국기가 태극기인 것처럼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국민 모두가 당연히 그 헌법적 규범력을 인정하고 있는 이른바 '관습헌법'을 개정하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130조에 규정돼 있는 소정의 헌법 개정절차,즉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쳤어야 한다는 논리다.
헌재 결정이 내려지자 국민 대다수가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는 예상치 못했던 헌재의 결정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하다.
충격과 불만 탓인지 여권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독재''헌법재판소에 의한 헌법 개정'이라는 감정적 비난도 흘러나온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결정은 행정수도이전의 타당성 여부에 관한 정책적인 판단이 아니라,수도 서울을 헌법적 성격과 그 이전에 필요한 헌법적 절차에 관한 판단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간에 지난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또 하나의 중대한 정치적 분쟁이 헌법적 테두리내에서 종결됨으로써 국론 분열을 조기에 끝냈다는데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물론 헌재가 제시한 '수도 서울=관습헌법'이라는 논리에 대해 일반 국민들도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본래 '관습헌법'이라는 말은 '불문(不文)헌법'과 같은 뜻으로 '성문(成文)헌법'에 대비되는 헌법 체계의 명칭이다.
관습헌법을 갖고 있는 나라로는 영국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명문의 헌법전을 갖고 있는 '성문헌법'계열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결정에서 명시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 체계에 대비되는 불문헌법 체계로서의 관습헌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문헌법 국가에서도 헌법 규정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헌법의 규범력을 갖고 있는 '헌법관습법'을 지칭하는 것이다.
일부 반대 견해가 없지 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독일 등 우리와 같은 성문헌법 국가의 학자들도 그 헌법적 규범력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위와 같이 일반적으로 인정돼온 성문헌법 국가의 '헌법관습법'을 판례로서 인정한 것 뿐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우리 헌법 제1조의 '주권재민의 원칙', 즉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과 국민의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헌재가 관습헌법을 인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결과를 초래해 대통령과 입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적절치 않다.
어떠한 사항이 관습헌법이냐와 그 규범력의 존재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당연히 이를 판단할 권한이 있으며, 구체적인 헌법재판에서는 그러한 판단이 오히려 헌재의 의무이다.
속성상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는 헌법 규정은 현실적으로 헌법의 해석을 통해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질 수 있고,그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우리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권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대통령은 물론 국회 행정부 등 모든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와 정책 추진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 이뤄져야 한다는 헌법의 법치주의 정신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인기위주의 단편적 행동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최우선에 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헌법재판소에 대한 감정적 비난이나 원망은 현실적으로 향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분하고 겸허하게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문제 수습과 향후 대책 마련에 주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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