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동전던지기로 수도 결정된 한양

朴星來 과학사 8대 1이라! 이번 수도이전 문제는 8대1로 위헌판정이 났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도,불만인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전공이 법학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나로서는 그 판결의 타당성을 두고 군소리를 할 형편은 못된다. 하지만 내게는 8대 1이라는 숫자가 흥미롭다. 그리고 먼 옛날 수도이전 결정에서의 또 한가지 숫자를 떠올리게 해준다. 아마 먼 훗날 역사는 이번 수도이전의 계획이 8대 1로 뒤집어졌다고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6백년전 수도가 서울로 정해질 때에는 2대 1의 투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6백년전 한양(漢陽)이 서울이 되었다. 고려의 수도 개성에서 조선의 수도 한양으로 서울이 옮겨진 것이야 한국인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오늘의 역사학자들조차 조선초 한양을 서울로 정한 것은 풍수지리 이론에 따라,그리고 새 왕조가 민심 일신의 차원에서,그리한 것이라 간단하게 짐작하고 마는 수가 많다. 특히 당시 정권을 잡은 이성계와 친했던 왕사.무학이 한양을 서울로 정하는데 주역을 담당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우선 새수도의 후보지가 여럿이었다. 먼저 계룡산 일대가 첫 후보지였다. 지금으로 치면 충남지역으로 이번의 후보지 연기 일대와 가깝다. 1392년 7월 17일 조선왕조를 개창한 이성계는 집권 반년만인 1393년 초봄에 계룡산에 거둥하여 새 수도의 산수를 시찰하고 공사를 시작하게 했다. 하지만 12월 새 수도의 공사를 중단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이듬해 가을에는 무악(毋岳)과 한양을 시찰하고 결국 새서울을 한양으로 확정하고,그해(1394) 연말에는 한양으로 도읍을 옮겼다. 조선왕조가 시작된지 2년남짓에 서울이 개성에서 한양으로 바뀐 것이다. 이미 고려시대동안 한양은 남경(南京)이라 하여 임금과 관리들이 옮겨와 임시 수도로 썼던 곳이어서 도읍 옮기는데 큰 부담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듭된 "왕자의 난"등으로 왕실안의 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져,태조가 왕위에서 밀려나고 아들 정종이 둘째 임금으로 올라가자 1399(정종 1)년 서울을 다시 개성으로 되돌리고 말았다. 하지만 정종(이방과)은 당시 실권자가 아니라, 아우 이방원(태종)이 아버지를 밀어낸 다음 임시로 왕 자리를 맡겨 놓았던 대리인일 뿐이었다. 이방원이 세번째 임금으로 제자리를 차지하자,그는 곧바로 서울을 다시 옮기지 못하고 몇년 고심끝에 1404(태종4)년 10월에서야 한양으로 수도를 바꿨다.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이 나라의 수도는 한양이고, 그래서 우리는 한양=서울이라는 6백년의 믿음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이 최종 결정의 단계에서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일은 바로 그 결정이 동전 던지기(擲錢.척전)로 판정났다는 사실이다. 1404년 10월 6일(음력) 태종은 종묘에서 신하들과 논의하기를 "이제 종묘에 들어가 송도(松都)와 신도(新都)와 무악(毋岳)을 고하고,그 길흉을 점쳐 길한 데따라 도읍을 정하겠다. 도읍을 정한 뒤에는 비록 재변이 있더라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선언하고, 점치는 방법을 "돈점"(척전)으로 확정했다. 그리고 동전을 던져본 결과 신도는 2길(吉)1흉(凶),송경(松京)과 무악은 모두 2흉 1길이었다고 "태종실록"은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동전 던지기로 한양이 최종적으로 서울로 확정된 것은 지금부터 꼭 6백년전의 일이다. 1404년 10월 6일은 양력으로 치면 꼭 6백년전의 지금쯤이니 말이다. 6세기 전의 동전던지기를 미신쯤으로 생각한다면,과연 오늘 우리가 믿고 행하는 투표란 얼마나 더 믿을 만한가도 반성해 볼 일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던진 국민의 표,국회에서 행사한 국회의원들의 표,그리고 헌법재판관들의 표.. 이 표보다는 오히려 6백년전 종묘에서 던진 동전이 더 객관성을 가진 표였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동전던지기로 수도가 확정된 다음 태종은 이렇게 말했다고 "실록"은 전한다. "나는 무악에 도읍하지 아니 하였지만,후세에 반드시 도읍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도 비슷한 예언을 할 수 있을 듯하다. "후세에 반드시 OO에 도읍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왕도 가고, 대통령도 간다. 하지만 이 나라야 한참 더 계속될 것이고,그러노라면 언젠가 수도를 옮기는 일도 생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