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美 대선] 악몽의 플로리다가 '부시 승리 발판'

최후의 순간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운명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주가 결정지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거가 치뤄지기 이전부터 박빙의 접전 지역으로 평가되던 이들 두 개 주에서 각각 27표와 20표를 획득,총 선거인단(5백38표)의 과반수인 2배70표 이상을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중.남부 지역에서도 표를 싹쓸이 했다. AP통신은 "출구조사 결과 이번 미국 대선에서 표를 던진 대다수 유권자들은 테러위험과 경제문제를 많이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은 새로운 지도자와 새출발을 하기보다는 복잡한 현 상황을 추스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강한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북부(민주당 지지)와 남부주(공화당 지지)들간의 심각한 갈등 양상과 동서 해안주(민주당)와 내륙주의 분열을 해소해야 하는 엄청난 숙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오하이오·플로리다가 명암 갈랐다 부시 대통령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미국 중·남부지역 대부분의 주에서 일찌감치 선거인단 표를 확보했다. 고향인 텍사스(선거인단 34명)를 비롯해 조지아(15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테네시(11명) 등에서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의 아성을 굳건히 지켰다. 승부는 선거인단 수가 몰려있지만 부동층이 많았던 플로리다(27명) 오하이오(20명)가 갈랐다. 이들 두개 주는 선거전 양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2%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 승부가 예상됐던 곳이다. 이들 2개 주에선 투표가 종료된 이후에도 곧바로 출구조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업치락뒤치락 접전이 계속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의 득표율은 4∼5%로 차이가 벌어졌다. 케리 후보는 뉴욕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등 동부와 서부의 일부 주에서 승리하고,접전이 예상됐던 펜실베이니아에서도 57%의 득표율을 기록,2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등 선전했지만 접전주를 장악한 부시 대통령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시,기록적인 투표율도 극복했다 이라크 전쟁과 테러위협,경제불안 등으로 이번 미국 대선은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ABC방송은 "이번 미국 대선 투표율은 존 F 케네디가 리처드 닉슨과 맞붙었던 지난 1960년의 63% 투표율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NBC 방송은 유권자(18세 이상) 2억명 중 투표자가 1억1천7백50만∼1억2천1백만명으로 58∼60%의 투표율을 기록,지난 1968년 투표율 60.8% 이래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억5백만명의 투표로 51.3%의 투표율을 보였던 4년 전보다 투표자가 1천2백50만∼1천6백만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당초 케리 후보 진영은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에게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이 같은 전망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18∼24세의 젊은층 유권자인 'Y세대'가 55% 이상 케리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보수 성향의 백인 복음주의자 유권자 4백여만명이 부시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표를 몰아주는 등 중·장년층들의 '노풍(老風)'도 유례없이 거세게 일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백인 남성들,똘똘 뭉쳤다 이번 미국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부시 대통령에게 투표한 남성 유권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케리 후보가 흑인계층 등 소수 인종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예상에 따른 반작용으로 보인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52%의 득표율을 기록,47%에 그친 케리 후보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들로부터는 45%의 득표율로 54%의 케리 후보보다 저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