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면이 만든 자연의 운율.. 김호득씨 개인전

흰 여백에 점,또는 점만 있는 그림.이게 현대 한국화가 나아갈 길인가? 이중섭미술상 수상을 기념해 조선일보미술관과 동산방화랑에서 9일부터 개인전을 갖는 김호득씨(영남대 교수)의 작품은 먹으로 점만 찍은 그림들이다. 하지만 김씨는 "점이 아니라 획"이라며 "흑(먹)과 백(한지의 여백)만으로도 무궁무진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지·필·묵의 형식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한국화의 실험작업을 꾸준히 해온 대표적인 수묵작가다. '흔들림,문득.-사이(사진)'라는 전시제목이 암시하듯 그는 자연의 미세한 흔들림,점과 점간의 관계,점과 면이 만들어내는 운율을 완전추상의 경지를 통해 보여준다. 이전 전시에서 작품을 천장에 매달곤 했던 방식에서 다시 조용히 벽에 걸린 그림으로 돌아온 신작들은 '채움(수많은 점들)과 비움(구름같은 큰 점 하나 덩그러니 있는)'의 대비를 통해 보다 절제된 완숙미가 느껴진다. 작가는 "지금 찍은 점,다음에 찍을 점,빈 곳과 채운 곳,그리고 여백만 생각한다"고 말한다. 모든 잡념과 이론 등을 버리고 획에만 집중한다는 뜻이다. 21일까지.조선일보미술관(02-724-6317) 동산방화랑(02-733-587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