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외줄타기 묘기 ‥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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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면 어김없이 TV에 등장하는 각종 서커스. 동물들이 재주를 부리고 서커스 단원이 채찍을 휘두르며 맹수들을 다루는 묘기를 가슴졸이며 봤던 기억이 난다. 이 중 최고의 볼거리는 '외줄타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인 11m 지점. 의지할 것이라고는 균형을 잡기 위해 손에 쥔 장대 하나. 곡예사가 한번 휘청거리기라도 하면 보는 이들의 입에선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 곡예를 펼치는 사람들은 대단한 담력을 소유하고 있거나,뭔가 남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런 고난도 묘기를 펼치려면 담력도 중요하지만 피나는 훈련이 필요하다.
비단 외줄타기만이랴. 살다보면 외줄타기보다 더 위태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배짱 좋고 담력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평소에 대비와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외줄 한 번 밟아 볼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 것이다.
세상은 점점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 우리를 몰아 넣고 있다. 주위의 누군가가 무슨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 너도 나도 비슷한 사업에 뛰어든다. 큰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기업이 특정 사업에 성공하면 다른 기업들도 하나 둘씩 그 사업에 뛰어든다. 더러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돼 소비자의 구매를 재촉하기도 하지만,대부분은 출혈 경쟁을 불러와 기업 활동이 힘들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한 기업의 대표 자리에 있다보면 때론 곡예단의 '외줄타기 곡예사'보다 더한 곡예를 펼쳐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몸의 균형을 잡아 주는 '장대'와 떨어지는 내 몸을 받아 줄 '안전 그물'같은 직원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결국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 대표와 직원들 사이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돼줘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화합의 힘을 발휘할 때인 것 같다. 안팎으로 조여오는 어려운 기업 환경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저마다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금,안으로부터 솟아나는 단결의 힘은 그 어떤 험난한 '외줄타기'라고 해도 앞만 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돼준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높이 평가되는 한 기업체의 단결력은 평소에 거듭된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외줄에 오를 수 없는 곡예사처럼 위기에 맞닥뜨린 한 기업을 살릴 수도,죽일 수도 있는 핵심역량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