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 삶을 찾자 ‥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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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1000곡'이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가수들이나 연예인들이 나와서 무작위로 번호를 뽑은 후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한다. 가사를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게임이다.
매우 단순하고 때론 진부하게 보이면서도 수많은 노래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르는 출연자의 기억력에 감탄하고,립싱크 가수들이 흔한 세상에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생음악으로 시원스럽게 불러나가는 몇몇 출연자의 재능에 놀라기도 한다.
며칠 전 이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예인이 나와 음정,박자 무시하고 정확한 가사로 끝까지 노래를 마무리지었다. 결국 그 연예인은 1등의 영예를 안았다.
가끔 우리 주변에서 박자와 음정 맞추기에 급급한 사람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남들이 정해 놓은 박자와 음정을 따라야 보기에 좋고,제 마음대로 부르면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는 내 흥에 겨워 부르는 것이다. 내가 즐겁다면 박자쯤이야 조금 느리면 어떻고 음정이 좀 틀리면 어떠랴.
내가 담고자 하는 가사를 하나하나 정확하게 부른다면,그래서 진정으로 나의 목소리를 담은 나의 노래가 된다면 반주 없는 한 소절쯤 노래 끝에 나온다 해도 행복할 것이다.
삶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행복한 삶에 대한 욕망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웰빙 열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요즘 웰빙의 의미를 화려한 반주가 있어야 하는 노래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잘사는 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으로 시작된 트렌드가 어느새 '남에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법'으로 잘못 이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값 비싼 유기농 야채를 먹고,몸에 좋다는 건강 식품을 먹으며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이 마치 웰빙의 전부인 듯 돼버린 것 같다.
남을 의식해 무리해서 집 평수를 늘리고 딴 사람에게 꿀리기 싫어서 좋은 옷을 입고 값 비싼 차를 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삶은 얼마나 허망한 것일까.
조금 느리게 살더라도 나의 삶을 살자.
나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세우고,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이 세운 이정표에 얼마나 접근하고 있는가에 신경을 쓰며,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주어진 것을 즐기며,두려움 없이 옳은 일에 정진하는 그런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