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돈버는 법] '맛대로 치킨' 최원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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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로치킨' 본사와 닭고기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최원호 사장(45).
92년 고향친구와 함께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8평짜리 통닭구이 가게를 차린 그는 지금 닭고기 가공공장과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소유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최 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맡고 고향 친구는 공장과 닭고기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최 사장은 사업에 있어 오로지 한 가지 화두에 매달린다.
바로 '창조'다.
모방으론 선발 주자들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게 그의 지론.99년 통닭구이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설 때도 그랬다.
수 십가지 쟁쟁한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는 치킨 시장에서 그는 '부위별 치킨'을 처음 선보였다.
날개 다리 몸통 꼬치 등 손님이 원하는 부위만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치킨업계에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기상천외한 발상이었다.
판매도 방문,배달,테이크아웃 세 가지 모두 채택했다.
지난 5월에는 치킨과 떡볶이를 합친 '치킨떡볶이' 메뉴를 개발해 퓨전치킨이란 틈새시장을 만들어냈다.
이 메뉴는 현재 특허청에 실용신안 출원돼 있다.
최 사장은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불린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했다.
중졸 학력으로 번듯한 직장에 들어간다는 건 당시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은 안해본 게 없습니다.
목욕탕 때밀이,구두닦이,건설현장 노가다,주유원처럼 잠시 스쳐간 직업까지 따지면 수십 가지가 될 겁니다."
결혼한 직후 친구와 함께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부인도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했다.
"92년에 누님한테 3천만원을 빌렸습니다.
친구가 가진 돈 3천만원을 합해서 6천만원으로 가게 얻고,차 한 대 사고,통닭 전기구이 기계 20대를 샀지요.
그후 5년간은 일요일도 없이 일만 했습니다."
치킨 냄새가 많이 난다고 이웃 주민들이 항의해 가게도 여러번 옮겼다.
공항동 발산동 방화동 등 강서구라면 모르는 골목이 없을 정도다.
고생스러웠지만 통닭구이 장사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가게에만 머무르지 않고 등산로 입구나 유원지 등 닭구이 장사가 되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다닌 덕분이었다.
서울대쪽 관악산 입구 매점에 구이기계 3대를 임대,하루 3백마리씩 팔기도 했다.
반대로 강릉 경포대에선 큰 낭패를 봤다.
해수욕장 인근 매점들에 구이기계 50대를 깔고 닭 20만마리와 부자재들을 매입,대박이 터지기를 기다렸으나 뜨거운 해수욕장에서 닭고기를 먹는 사람은 없었다.
시장을 잘못 읽은 탓으로 1억5천만원을 순식간에 날렸다.
93년 당시로는 큰 돈이었다.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어차피 맨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잃을 게 없는 거지요.
가맹점주와 상담할 때도 도전 의지를 가장 중요시합니다."
최 사장은 올 1월 꿈에 그리던 공장을 경기 파주에 마련했다.
경매로 나온 공장을 사들인 것.건평 6백평의 이 공장은 하루 2만마리의 닭을 가공하고 유통한다.
여기에만 50명의 직원이 매달려있다.
파주공장에서 가공된 닭고기들은 맛대로치킨 가맹점은 물론 다른 치킨업체에도 들어간다.
생산 유통 판매까지 수직 계열화가 이뤄진 셈이다.
최 사장은 자기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다.
무슨 일이든 목표부터 먼저 정한다.
그리고 매일 점검하고 다이어리에 이를 기록한다.
최근 상담을 하던 창업희망자로부터 흡연자를 비난하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금연을 결심,직원들에게 공표했다.
다이어리에는 '금연 80일째'라고 적혀있다.
올해 초 정한 북한산 등산 40회는 목표에 조금 미달한 34회에 그쳤다.
허리 치수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테니스는 오전 6시40분에 정확히 시작한다.
덕분에 1년 만에 37인치이던 허리둘레가 현재 32인치로 줄었다.
"내년 4월에는 여의도 63빌딩 1천2백50계단 오르는 것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매년 계단 오르는 대회가 있더라고요.
요즘 17층에 있는 집까지 하루 4번씩 걸어 올라가면서 대회를 준비 중입니다."
모자라는 학력은 부지런히 책을 읽으면서 보충한다.
독서하는 데도 목표를 세웠다.
한 해 최소한 2백권은 독파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한 달에 20권씩 읽을 목록을 만든다.
고전소설에서 경영서적까지 잡식성이다.
독서를 통해 좋은 인재를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친구와의 동업이 10년 이상 유지되는 비결에 대해 그는 "마음을 비우면 된다"고 설명한다.
'친구가 더 가져가도 좋다'고 생각하고 일절 의심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대신 사업상 의견이 다르면 밤새도록 얼굴을 붉히며 충돌한다고 한다.
합의할 때까지 끝장을 본다는 얘기다.
"아직 큰 성공은 못했지만 그런대로 입지를 굳힌 건 사업하면서 약속을 잘 지킨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저는 문서보다 말을 더 신뢰합니다.
어차피 말로 한 약속을 안지키는 사람은 문서로 남겨도 안지키거든요."
본사 (02)2666-3340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