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국산SW 발전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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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사업 추진이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NEIS란 교무, 학사, 입학, 진학 등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구축여부를 둘러쌓고 전교조와 교육부간의 갈등을 비롯해 여러 번의 진통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내년 3월 부터 1년간 시범 가동을 하고, 오는 2006년까지 전국적으로 가동을 확대하기로 합의점을 찾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스템 구축 방향을 놓고 또 한번의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조달청이 공개한 NEIS 제안 규격에 대해 국산 리눅스 업체들이 문제점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국산 리눅스 업체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의 요지는 제안된 규격이 리눅스 도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스펙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NEIS구축을 위해서는 서버와 이를 구동할 수 있는 OS가 필요합니다.
서버의 스펙이 커질 경우 리눅스OS를 탑재하는데 무리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 제안 규격에는 서버에 대해 최고 스펙을 담고 있어 OS로 리눅스를 아예 배제하겠다는 의미와 다를게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제안 규격에 대한 이의 제기 기간은 15일까지로 정해졌습니다.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520억원의 대규모 사업에서 리눅스 채택은 불가능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합니다.
관련 업체들의 반발이 표면적으로는 자사의 OS를 국가의 대규모 전산 프로젝트에 꼭 채택되도록 하겠다는 해당 업체들의 이권에 대한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깊이 살펴보면 단순한 이익 문제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이번 NEIS사업이 국가 교육사업의 큰 획이기도 한 반면, 또 한편으로 국산 소프트웨어를 부흥시킬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서버 등 하드웨어에 할당된 500억원을 제외하면 소프트웨어 부분에는 20억원, 그것도 리눅스 채택을 주장하는 이들 업체들이 선정될 경우 이들에게 돌아갈 매출은 고작 8억원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OS로 리눅스를 채택하기로 결정하더라도 레드헷이나 수세와 같은 외산 리눅스가 선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산리눅스 업체들에게 바로 이익이 돌아갈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리눅스 업체들이 “외산리눅스를 사용해도 좋으니..”라고 까지 말하며 리눅스를 채택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대표적인 공개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사용해야 침체된 국산 소프트웨어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큰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윈도우 체재가 주를 이루는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에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 있지 않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합니다.
윈도우 체재하의 일부 소프트웨어끼리만 정보를 주고 받으며 자라나는 소위 ‘네트워크 이펙트(Network Effect)’때문입니다.
국산리눅스업체들은 이번 NEIS구축 사업이야말로 국산소프트웨어가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음에도 제안규격상에 리눅스는 아예 배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의 스펙을 제시한 것은 시정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런 제안 규격이 나오기까지는 교육부측이 리눅스에 대한 안정성과 보안 등의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의 입진학에 대한 정보를 담은 시스템의 보안에 대한 우려는 몇 번을 반복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국가 기밀이 담긴 중요한 정보에 대한 보안체계를 갖추기 위해 자국의 리눅스OS를 채택하는 프랑스 등 외국의 사례에 대한 분석도 완벽한 보안체계를 위해서는 해볼만한 일입니다.
이제 NEIS구축 사업은 단순히 교육부의 시범사업을 벗어나 첨단화된 교육과 국산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전환점 구축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전체가 고민해야 할 사안으로 확대됐습니다.
교육부와 국산 리눅스업체들만의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청와대, 정보통신부 등 국가 주요 부처 모두가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NEIS에 구축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논의해 볼 시점입니다.
김호성기자 h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