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친디아

변화무쌍하게 용틀임을 시작한 중국은 붉은 용(龍)으로,어느 한 군데를 보고 판단할 수 없는 인도는 커다란 코끼리에 비유되곤 한다. 이 두 대국들이 부상하면서 세계경제의 패권이 언제쯤 어떻게 옮겨갈 것이냐 하는 논의가 새해 벽두의 화두가 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설 수 있는 대안세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흥미를 끄는 것 같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벌써부터 중국과 인도에서 확인되는 듯하다. 얼마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인도의 부흥,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이 금세기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센룽 싱가포르 총리도 이 같은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는 보도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두 나라가 협력하면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라고 노골적인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China)과 인도(India)의 합성어인 이른바 친디아(Chindia) 세상이 올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될 것이라는 골드만 삭스의 1년전 예측이 뒤집히는 꼴이다.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두 거물은 과거 40년 동안의 원한을 씻어가고 있는 행보가 눈길을 끈다. 국경문제 티베트독립문제 등은 일단 뒤로 제끼고 기업들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두 나라는 소프트웨어부문의 전략적 제휴와 함께 제조업과 서비스업간의 상호 보완투자가 활발하다. 사정이 이처럼 급격하게 호전되자 외국인 투자 역시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서방의 한 경영인은 중국을 토끼에,인도를 거북이에 비유하면서 "이질적인 두 존재가 결합할 경우 얼마나 강력해 질지 상상해 보라"며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인위적인 협력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다분히 시기 섞인 분석도 없지 않다. 어쨌든 친디아는 글로벌 핵심시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부쩍 바빠지고 있다.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친디아의 부상을 보며 이들 국가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금세 알 만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