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학 개혁 절실하다

兪炳三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한국의 '기러기 아빠'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인들은 기이해하기도 하고 탄복하기도 했을 성싶다. 우리가 보아도 참 대단한 교육열이다. 기러기 아빠는 우리 주변에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2003학년도에도 순수하게 유학을 떠난 초·중·고생수가 1만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들 중 적어도 일부는 후일 국제화된 인력이 돼 국가발전에 일조할 것이므로 한편으로는 든든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 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자리하고 있는 듯도 하여 착잡한 기분이 일기도 한다. 우리 교육은 수많은 제도변천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문제로 남아있다. 그 근원에는 대학입시가 자리하고 있으며 어지간한 다른 문제들은 이 것에 가려 주목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조기유학 역시 따지고 보면 우리의 대학입시제도 때문인 면이 클 것이다. 이 땅에서 젊은 날 넘어야하는 고개 가운데 대학입시보다 더 큰 고개는 없어 보인다. 어느 대학에서 공부했는가가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대학서열이 이미 입학단계에서 매겨져 있고 특정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장래를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다. 그 이후의 패자부활전은 꽤나 힘이 든다. 그러니 대학입시에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다. 교육비 지출이 구조적으로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부존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가 기댈 곳은 인적자본 하나뿐이다. 그러니 높은 교육열은 우리의 자랑이며 국가 번영의 중요한 밑거름이다. 아쉽게도 이렇게 전력을 다한 교육투자가 생산성이 높지 않은 단계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정상적인 교육체계라면 당연히 고등학교보다는 대학에서,그리고 대학보다는 대학원에서 더 학업에 몰입하도록 돼야 한다. 그래야만 첨단학문의 자생적인 발전과 지속적인 기술력 우위를 확보할 희망이 있다. 그러기에 이 왕성한 교육 에너지가 더 효율적인 고급단계에서 발산되도록 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래를 이끌어갈 고급인력 양성에도 눈돌릴 때가 됐다. 전반적인 교육의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 국력의 발전이 고급두뇌의 양성을 더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사항들이 유익할 것으로 사료된다. 첫째,지금처럼 일렬로 늘어선 대학 서열형태에서 벗어나 엇비슷하게 좋은 학교들이 여럿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건전한 사회구성을 위해서 뿐 아니라 학계에 생산적인 경쟁체제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절실하다. 그리 되면 더많은 교수들이 훌륭한 제자를 양성할 기회를 얻게 되고 출신학교가 다양한 학자들로 교수진이 구성돼 더 높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게 된다. 근래에 발표된 수능시험결과를 9등급화 하는 입시제도도 수월성에 대한 보완이 있으면 이 것과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 보완 방안으로는 우수대학의 정원축소를 재정지원과 더불어 유도하고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대학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둘째,대학생이 좀더 학업에 열중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학사관리를 엄격히 하고 대학편입을 좀더 활성화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셋째,대학에 대한 기부문화의 사회적 정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이라든가 기부금의 일정비율을 국가가 대학에 추가로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재정확충 노력을 독려하는 게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전문가들은 더 훌륭한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따금씩 순위가 달라지는 좋은 대학들이 여럿 있어야 할 필요성은 크며 그것이 현재의 여러문제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일에는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사안의 중요성과 연 2조5천억원을 넘는 교육수지적자를 생각하면 진지한 검토가 있을 필요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