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올 화두는 '투명 경영'

일본 기업들은 올해 경영 방침으로 '투명'과 '환경'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이어 터진 미쓰비시자동차 리콜 은폐,세이부철도 유가증권보고서 허위 기재 사건 등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또 오는 2월16일 예정된 교토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환경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새해 화두는 투명 경영=미쓰이물산의 우쓰다 쇼에이 사장은 시무식에서 "법령 준수 없이는 회사가 존립할 수 없다"며 임직원들은 사내외 법규를 철저히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상장 폐지를 겪은 세이부철도의 고야나기 사장은 "회사 내에서 통했던 상식이 사회규범을 벗어났으나 고쳐지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면서 "준법이 경영의 최우선 원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니가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JR(일본국철)동일본의 오쓰카 무쓰타게 사장은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해 시민들에게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제로로 만드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한 경영이 강조되면서 주총 때 결산보고서와 CSR보고서를 함께 내는 기업들이 올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법령 준수,외국인 및 장애인 고용 등의 정보를 주주나 일반 소비자에게 적극 공개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투자를 유도한다는 전략에서다. ◆선도기업은 마쓰시타=마쓰시타전기는 새해 들어 경영혁신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다. 연초 '클린선언'을 발표하고 이를 5천54개 거래 업체에 통보했다. 회사 임직원은 업무와 관련한 접대나 선물을 일절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회사 안에 클린선언 창구를 설치,규정을 어긴 사람에 대한 고발을 받는 등 단속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지난 주말 그룹사가 보유 중인 1만4천대 차량을 오는 2010년까지 환경 친화적인 하이브리드 등 저공해 차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14만여명의 사원 승용차를 에코카(환경차)로 교체하기 위해 특별 융자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마쓰시타는 환경보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내년 말까지 7%(2003년 배출량기준),2010년까지 15% 줄일 계획이다. 이처럼 환경보호대책을 서두르는 곳은 마쓰시타뿐만이 아니다. 후지쓰는 지난 8일 컴퓨터 업계 최초로 식물성 재료를 노트북 몸체 소재로 사용한 'FMV-BIBLO NB80K' 시판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기존 플라스틱을 사용한 노트북보다 대당 석유 사용량이 1ℓ가량 줄어들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