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국가경쟁력] 예산처 '고객만족도 조사' ‥ "공기업 달라졌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공기업에 '고객만족 경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과 철저하게 교감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는 것. 주요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은 물론 과학관을 설립하거나 도로를 확장하는 등 공익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정부가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평가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주요 정부투자기관의 고객만족도 평균 점수는 지난 99년 이후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높아지는 고객만족도 기획예산처가 최근 발표한 '2004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전력공사 등 13개 정부투자기관의 고객만족도 평균 점수는 79.4점으로 집계됐다. 1년 전(76.8점)에 비해 2.6점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설문 대상에 서비스를 받는 주고객층 외에 경찰 등 잠재고객까지 추가하고 조사대상 고객수도 1만8백77명에서 1만3천61명으로 20% 이상 늘리는 등 절차를 까다롭게 했는 데도 평균 점수는 오히려 올라갔다. 공기업들이 고객의 마음을 잡는 데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사를 처음 시작한 지난 99년 58.1점(1백점 만점)에 불과했던 고객만족도 평균 점수는 △2000년 63.0점 △2001년 66.5점 △2002년 72.3점 △2003년 76.8점 등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고객서비스 업체별로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노력이 돋보였다. 가스공사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가장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한 공기업으로 선정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는 한전이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가스공사는 지역별 도시가스 회사와 매월 '수요개발 간담회'를 열고 본사 및 지사별로 '고객만족(CS)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고객 서비스 향상에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버스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가스과학관을 설립하는 등 공익사업에도 힘을 기울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 및 정부 기관을 주고객으로 하는 공기업(9개) 중에서는 농수산물유통공사가 가스공사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KOTRA와 한국석유공사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관광공사 대한석탄공사 등은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한편 일반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공기업(7개) 가운데서는 한전과 한국도로공사가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어 농업기반공사 대한주택공사 등의 순이었다. 한전은 고객 전용 계좌번호를 운영하고 저소득층과 중증장애인에게 요금할인 제도를 시행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한전 관계자는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지난 93년부터 자체 여론조사를 해 이 결과를 전국 지사의 평가자료로 활용해 왔다"며 "2002년부터는 이를 아예 체계화해 1년에 두 차례씩 총 6만명에 대해 정기적으로 전화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유·무선 통신을 활용한 교통정보를 꾸준히 제공했고 가변차로 증설을 통한 교통 체증 감소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기업 평가의 잣대로 예산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내년 3월 실시되는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각 공기업의 모범사례를 뽑아 책자를 발간하고 학습세미나 등을 개최해 다른 공기업들도 이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공기업별 장·단점을 분석해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공기업 경영혁신 계획에 추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