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두 번 놀란 채권시장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31일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8조원 규모의 '1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발표했다. 3조∼4조원 정도에 불과하던 평소 국고채 물량보다 두 배가량 많은 발행방침을 내놓은 것.특히 10년짜리 장기 국고채가 3조원 이상 포함되자 채권시장이 곧바로 요동쳤다. 물량부담을 우려한 채권 펀드매니저들은 앞다퉈 보유채권을 내다 팔았다. 이로 인해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일주일새 0.5%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이 와중에 상당수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값 폭락으로 심각한 '내상(內傷)'을 입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 국고채 10년물 발행비중이 30% 이상으로 높아질 것" "10년물 발행을 상반기,특히 1·4분기에 집중시키겠다"는 등의 재경부 관계자 멘트가 잇따르면서 채권시장엔 투매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로부터 10여일이 흐른 지난 12일 오후 4시.재경부의 '깜짝쇼 2탄'이 공개됐다. 이달 중 10년짜리 국고채 물량을 당초 계획(3조1천8백억원)보다 1조5천억원 줄이기로 방침을 변경한 것.국고채 발행계획을 수정한 것은 재경부 담당자의 기억에도 없을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조치였다. 더구나 줄기차게 10년물 국고채를 늘리겠다고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던 재경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자 시장 참여자들 입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푸념이 줄을 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0년물 시장에 대한 재경부의 예측이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과 보험회사 등 10년물을 주로 사들이는 장기투자자들의 월 평균 매수금액이 2조원 정도에 불과한데 3조원이 넘는 물량(10년물 국고채)을 쏟아붓겠다는 계획 자체가 오판이었다는 설명이다. 채권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경기를 띄우려는 정부의 '상반기 올인'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일부러 금리를 높이려 했다가 예상 외의 혼란에 두 손을 든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오고 갔다. 경기회복은 대체로 금리상승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락가락하는 통화정책으로 채권시장을 흔들었던 한국은행의 행보를 올해엔 재경부가 답습하는 것 같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