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 기준 부분 완화..부채비율 100%이하 그룹 1년 면제
입력
수정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소폭 완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출자제한 대상이 되는 그룹 자산기준을 5조원에서 6조원으로 1조원 높인다는 게 골자다.
'시장개혁' 원칙을 고수하되 재계의 규제완화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는 게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자산기준을 높여서는 출자규제의 그물에서 벗어날 기업이 별로 없으며,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산기준 완화,대우건설만 혜택
당정 합의안은 자산요건을 1조원 높이고,출자제한 졸업기준으로 인정됐던 부채비율 요건을 사실상 1년 연장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출자제한 대상을 4대그룹으로 국한해야 하며,이에 맞춰 자산기준을 20조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재계 요구에 비해서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열린우리당도 이같은 재계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해 자산기준을 7조∼10조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시장개혁 원칙'으로 맞선 공정위에 밀린 형국이 됐다.
이로써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빠지는 그룹은 대우건설뿐이다.
물론 자산기준 5조원이 유지되면 CJ 동국제강 대림산업 효성 등 4개 그룹도 대상이 될 뻔했으나 기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곳은 대우건설 한 곳이란 얘기다.
신세계와 LG전선도 자산이 6조원 미만이어서 수혜그룹인 듯 보이지만,이 두 그룹은 공정법상의 '소유구조 양호 그룹'으로 분류돼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빠지게 돼 있었다.
◆삼성 롯데 한전은 1년만 유예
당정은 '부채비율 1백%' 졸업기준을 당초 계획대로 오는 4월 없애되 부채를 줄여 이미 졸업한 그룹은 1년간 더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제외해 주기로 했다.
물론 1년 뒤엔 다시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그룹은 한국전력 삼성 롯데 등 3곳이다.
이들은 그룹 전체 부채비율을 1백% 미만으로 낮춰 출자총액규제를 벗어났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 롯데 등은 앞으로 1년간 지배구조개선 등 노력을 하면 출자총액규제에서 영원히 면제될 수 있다"며 "그들에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과 롯데 등은 기존의 계열사 출자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등 소유지배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졸업하기 어렵다.
1년간의 유예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재계 여전히 불만
이규황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당정합의로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노력해 온 업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려면 부채비율 졸업기준을 3년간 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도 "자산기준 상향 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6조원은 너무 낮다"며 "시행령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자산기준이 10조원까지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