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FTA협상 ‥ 韓·日정부 '네탓' 신경전
입력
수정
작년 11월 6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3개월째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정부간 협상과 관련,양국 정부가 같은 날 차례로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비공식 브리핑을 갖고 협상 지체 이유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외교통상부는 14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최근 일부 일본 언론이 한·일 FTA 협상이 표류하는 원인을 한국측의 경직된 협상태도 때문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농·수산물 관세인하 폭을 낮추자는 일본측의 무리한 주장으로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12일 "농·수산물 관세인하 수준을 완화하자는 일본측의 요구에 한국측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며 "이같은 배경에는 한·일 FTA에 대한 한국내 산업계와 노동계의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의 브리핑 소식이 전해지자 주한 일본대사관도 곧바로 이날 오후 늦게 국내 통상담당 기자들을 초청,비공식 브리핑을 갖고 자국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부품·소재 등 특정 분야에 있어 한국이 일본 기업들의 진출을 너무 두려워하며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조속히 협상을 재개해 양측간 이견을 구체적으로 좁혀 나가자"고 강조했다.
정부와 업계 일각에서는 양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 차이가 1년 넘게 진행되고도 별다른 진전 사항이 없는 한·일 FTA 협상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협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