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주택시장안정대책 실효성이 문제

정부가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에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를 도입해 분양가를 간접규제하고,당초 6월에 첫 분양키로 했던 일정을 11월로 미루면서 2만가구의 아파트를 한꺼번에 공급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아파트값 급등을 막기 위해 초고층 재건축을 억제하면서도 건설경기를 감안한 수도권 3개 택지개발지구의 판교수준 개발계획 등 종합적인 처방을 담고 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 또한 근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고 집값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게 되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판교 택지를 채권값은 높게 쓰고 분양예정가를 낮게 쓴 건설업체에 공급함으로써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채권·분양가 병행입찰방식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어 아파트값 안정에 도움이 될 만하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를 통한 투기억제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 몹시 의문인 것도 사실이다. 당장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과열현상이 불보듯 뻔하고 입주시점에 집값 폭등으로 이어져 또다시 주변 강남과 분당 등의 연쇄적인 아파트값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낮춤으로써 질 낮은 주택을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가격규제는 분양가자율화 원칙에도 위배되고 결국 부동산시장의 심한 왜곡을 가져오는 부작용을 무시하기 어렵다. 6월부터 내년까지 나눠 분양하겠다던 일정을 바꿔 11월 일괄공급키로 한것은 청약과열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집값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당초 계획에 맞춰 청약을 준비해온 많은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물론 정부 정책의 신뢰성 손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판교분양이 늦어지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당분간 심각한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 점은 무엇보다 큰 문제다. 다른 지역의 아파트 분양까지 줄줄이 연기되면서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고 건설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판교수준으로 개발키로 한 3개 택지지구도 모두 수요자들의 관심이 적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번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보듯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여전히 집값의 급등락에 영향을 받아 가격규제를 통한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처방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문제다. 규제에 앞서 보다 긴 안목으로 양질의 주택공급을 확충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기조 확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