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갈수록 심해지는 은행 독과점

윤창현 어느 교통경관이 신호위반을 한 차량을 적발하고 운전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그 운전자는 "내가 기관원인데 말이야…"하면서 오히려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경관이 이에 질세라 "무슨 기관입니까? 이름을 대십시오"하며 더 세게 반박을 하기 시작하자 주눅이 든 운전자가 대답했다. "저,금융기관에 있는데요!" 오래전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 사회자가 읽어준 독자의 편지에 나온 내용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얘기는 이미 흘러간 옛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의 은행들은 더 이상 기관이 아니라 기업이다. 그것도 철저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신해가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4년 1월에서 9월 사이 8개 시중은행들의 평균 대출금리에서 평균 예금이자율을 뺀 예대금리차는 3.59%로 지난해에 비해 0.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마진이 예금금리보다도 높은 것이다. 수수료는 어떠한가? 은행 수수료 수입은 2003년 4조5천6백7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04년 상반기에만 3조1천7백77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들이 지난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수료를 인상한 부분은 7백57건에 달하고 새로 만든 수수료는 2백33건이다. 신설되거나 인상된 수수료가 1천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 결과 작년도 은행들의 이익은 8조원을 넘었고 1인당 순이익은 대부분 1억원을 넘었다. 이중에서도 하나은행의 1인당 순이익은 무려 2억3백80만원으로 20대 상장기업중 4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 뒤에는 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계속 어려워지는 데에 따른 이익확보유인도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최근 준비가 진행되는 신바젤협약은 대출대상의 위험을 보다 세분화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게 만들고 운영위험에 대해 명시적으로 관리를 하게 함으로써 은행이 쌓아야할 자기자본을 대폭 늘리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출을 할 경우 필요자기자본이 대폭 늘게 되고 결국 그만큼 은행서비스는 비싸지고 이용자는 이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는 이러한 변화의 뒤에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은행의 독과점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어떤 산업 내에 몇 개 안되는 기업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면 이는 일단 과점산업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지금 우리의 은행산업이 이런 상황이다. 우선 은행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은행 신규설립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서비스 질의 향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서비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3개 은행은 외국계로 바뀌었고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지분은 60% 이상이 외국인에게로 넘어갔다. 정부의 통제가 옛날 같지 않다. 철저하게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앞다퉈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는 모습 속에 담합의 흔적마저 엿보인다. 8조원이 넘는 이익 속에는 독과점성 증대에 따른 부분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겨우 넘긴 상태다. 그러나 은행의 모습과 행태는 소득 4만달러에 가까운 선진국 은행들을 닮아가고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국민총생산 1조달러,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데 은행의 주주 중심주의와 수익성 위주 경영이 이러한 우리의 목표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왔다. 최근 일본의 은행들은 대기시간 제로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기계사용이 서투른 주부 및 고령 고객을 위해 ATM 도우미 직원을 따로 배치하기도 하고 은행원이 모두 선 채로 고객을 대하는 스탠딩 오퍼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너도나도 똑같이 돈 버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일반 고객은 줄이면서 우량고객들에게만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PB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은행들의 모습을 보면서 은행의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떠올리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는 것일까?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