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병원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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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에 가면 3시간 대기하고 3분 진료받고 약 받느라 다시 3시간 기다렸다.
1분도 안걸리는 검사결과를 들으려 진료실 앞에 하염없이 앉아있기도 했다.
오죽하면 병원에 갈 땐 반드시 '빽'을 동원해야 한다거나,의사 사위를 얻으려면 열쇠 3개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세상은 그러나 많이 변했다.
국내의 의사는 1978년 2만79명에서 2002년 7만8천6백9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같은 기간 의사 1인당 인구는 1천8백41명에서 6백6명으로 줄었다.
반면 병·의원은 91년 2만3천3백73개(의원 1만1천7백46개)에서 2002년 4만4천29개(의원 2만3천2백99개)로 증가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증하면서 '병원 개업은 곧 성공'이라는 등식도 깨졌다.
대형 종합병원과 개인 병·의원 할 것 없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료과목의 전문·세분화는 물론 서비스 향상 및 인지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인다.
대형화 복합화 브랜드화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프랜차이즈도 쏟아진다.
내부 시설을 고급화하고,홈페이지를 만들어 상담해주는가 하면 야간진료도 하고 퇴원 후 경과를 묻는 등 고객만족 경영에 힘쓴다.
프랜차이즈 병원의 경우 규모를 키운 만큼 마케팅 전략을 세워 여성지 등 잡지와 인터넷은 물론 버스나 지하철 택시 광고도 하고,담당의의 방송출연이나 칼럼 게재 등 홍보에도 힘쓴다.
이런 가운데 의료법을 개정,그동안 금지해온 병·의원들의 방송광고를 내년부터 허용하리라는 소식이다.
일간지 광고 횟수 제한도 폐지하고,광고내용에 병원과 의사 이름,진료과목 시간같은 기초사항 말고도 의사의 경력,구체적인 시술방법 등을 첨가할 수 있다고 한다.
병·의원 광고가 확대되면 보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과대·허위 광고는 물론 규모만 키운 병원들의 무차별 광고공세에 동네에서 묵묵히 환자를 치료하는 소규모 의원들의 설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광고 확대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자면 뚜렷한 원칙과 위반시의 처벌기준 명시가 필수적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