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긍정의 박수 ‥ 김종창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김종창 2차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 시애틀의 재항군인병원에서 참전용사를 위한 공연이 열렸다. 당시 유명한 희극배우 지미 듀란테는 너무 바빠서 딱 10분밖에 출연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환자들을 위한 위문공연에 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한 시간 가까이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쇼가 끝난 후 쇼 기획자가 "어찌된 일입니까? 공연료는 10분밖에 지급되지 않습니다"라고 하자 지미 듀란테는 조용히 무대 앞줄의 상이용사 두 사람을 가리켰다. 둘 다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왼팔이 없는 병사와 오른팔이 없는 병사가 남은 한쪽 팔을 부딪쳐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보게,저 팔 없는 병사들로부터 귀한 교훈을 얻었네. 내가 여기서 받은 감동은 몇 십분의 무료공연보다 천 배 만 배 더 귀하고 갚진 것일세."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 비관은 비관을 심고,낙관은 낙관을 심는다고 했다. 지난 한해는 긍정보다는 부정으로,격려보다는 비판으로,화합보다는 갈등으로,희망을 주기보다는 비관하기에 바빴다. 상대방을 인정하기 보다는 무시하고 생각이 다르면 질시하고 세대가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팔이 없는 병사도 즐거운 마음으로,삶을 긍정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함으로써 큰 감동을 주었는데 우리는 왜 두 팔이 다 있는 데도 부정과 비판과 갈등과 비관에 젖어 있었던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모른다. 스스로는 저 병사와 달리 전신이 온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지 못하는 사람은 팔·다리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다.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눈이 온전치 못하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귀가 먼 사람이다. 잘못돼 가는 것을 보고도 침묵하는 사람은 입이 없는 사람이다. 썩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은 코가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올해 들어서 부정보다는 긍정을,비판보다는 격려를,갈등보다는 화합을,비관보다는 희망을 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 우리도 저 병사들처럼 긍정하며 적극 참여하고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상대방과 나누어가지는 긍정의 박수,격려의 박수,화합의 박수,희망의 박수를 쳐보자.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의 박수를 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