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리더에게 듣는다] '주식으로저축' 선도 홍성국 대우證 투자분석부장

올해 증시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의 하나는 주식투자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펀드 등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식도 중장기 투자대상이라는 인식이 높아진 것은 주목되는 변화다. '주식도 저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적립식 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같은 투자문화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일반사원때부터 지금까지 11년동안 '증시의 꽃'이라는 리서치(투자분석) 부문에서만 잔뼈가 굵은 시황전문가로 잘 알려져있다. 동시에 그는 우리 주식투자문화에 '저축'이란 개념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증권맨이기도 하다. 그는 "선진국들의 금융자산 구조가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며 "일반투자자들도 주식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는 "주식투자가 유일한 투자대안"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대만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수년동안 줄기차게 한국증시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제시해왔다. 당시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상당부분 현실과 일치한다. 국고채 3년물 평균 금리가 6.5%에 달했던 지난 2001년에 '향후 10년 내 금리가 4%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이나 2002년에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홍 부장은 작년말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귀띔했다. 그가 대세상승론을 펴자 일부에서는 비웃음을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장사(증권영업)하려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홍 부장은 "리서치센터에서 11년간 일해오면서 꾸준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제시했던 것인 만큼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관측은 실제로 올들어 가시화됐다. 그는 지난 2003년 3월께부터 '주식으로 저축합시다'란 표어를 내걸고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공론화시켜왔다. 많은 투자전략가들의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켰던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 홍 부장이 최근 1조원이 넘는 규모로 급성장한 적립식 펀드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그는 요즘 장기투자 문화를 전파하는 데 정열을 쏟고 있다. 일주일에 최소한 3일은 공식·비공식적인 투자강연회에 나간다. 그의 강연을 들은 사람만 해도 수만명에 이를 정도다. 홍 부장은 "최근에는 금융감독원 신입사원은 물론 한국은행 기업체 언론사 지역별 상공회의소 등 이른바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한국 증시의 미래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전에는 증권전문가로선 드물게 '디플레이션 속으로'란 미래학 서적을 출판하기도 했다. "저성장·고실업·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을 말하고 싶어 출판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슈 제조기','철학을 가진 전략가'라는 세간의 평판에 '미래학 저술가'라는 이채로운 이력을 하나 더 추가한 셈이다. 홍 부장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돈이 갈수록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아직도 우리 주식시장을 '들어갔다가는 망하는 시장'으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세상승기는 앞으로 4∼5년동안 지속될 것이며 어쩌면 주식투자로 자금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며 "일반투자자들이 소액으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은 주식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