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건 전 부회장 자서전서 대한항공 인수 비화 밝혀

"'올 것이 왔구나.' 혼자 가겠다는 형을 따라 기어코 차에 올라탔다.'형,(항공공사 인수를) 하지 마시오!''내가 미쳤냐?' 청와대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우리 형제의 대화는 그것뿐이었다.(중략) 한참 뒤 무거운 문이 열리면서 형이 (청와대) 로비로 나왔다.얼굴을 보니 물어볼 것도 없었다.웬 시체가 걸어 나오나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국내 민간항공 역사의 산증인 조중건 대한항공 전 부회장(72)이 30여년 항공 인생을 회고하는 자서전 '창공에 꿈을 싣고'를 출간한다. 한진그룹의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위)의 동생인 조 전 부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수송학을 전공한 뒤 1959년 한진그룹의 모태인 한진상사에 입사,지난 97년 대한항공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형을 도와 한진그룹을 세계적 수송물류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자서전은 개인적인 가족사와 함께 한진그룹의 탄생 및 대한항공의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 미군과 하역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을 어길 경우 1백배로 보상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항구 요율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을 관철시켰던 일,69년 도산 위기에 처해 있던 대한항공공사를 정권의 압력으로 인수한 일화 등이 소개돼 있다. 조 전 부회장은 대한항공공사 인수에 대해 "재임 기간 중에 국적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인간적인 호소와 누군가 가시밭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형님의 사명감이 이뤄낸 큰 희생과 양보가 필요했던 결단"이라고 밝혔다. 자서전에선 형에 대한 존경심과 2인자로서 겪어야 했던 그의 애환이 배어 있다. 조 전 부회장은 오는 25일 오후 6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출판 기념회를 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