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부끄러운 투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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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회사인 KT 주변이 또 투서와 루머로 시끄럽다.
관련업계는 물론이고 국회와 청와대까지 투서와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KT 투서 사본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으면 바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쫙 깔려 있다.
투서는 KT 사장과 임원의 비리와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임원별 비리 내용이 실명으로 상세하게 적혀 있다.
KT 내부 사정을 아주 잘 아는 몇사람이 집대성한 것 같은 냄새를 물씬 풍긴다.
투서에는 '사장이 연임 로비에 쓰기 위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모 임원이 회삿돈을 빼돌려 상가를 구입했다,물품납품 업체에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았다,승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사장이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우수인력을 중도하차시키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물론 KT측은 펄쩍 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한다.
"투서 송달자의 이름이 도용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작년 10월에도 유사한 투서와 루머가 나돌았다"며 "올해 들어서는 투서 내용이 더 악랄해지고 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업체들은 'KT 투서사태'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통신업계 정보보고의 1순위가 KT 투서의 진행사항이다.
업계는 투서의 사실 여부 못지 않게 KT의 투서문화에 대해 혀를 찬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투서와 루머가 난무하는 곳이 KT라는 반응이다.
이번 투서건도 사실 여부를 떠나 이용경 사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반대파의 공세로 불거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남을 비방하고 경쟁자를 끌어내리려는 저급한 기업문화가 빚어낸 볼썽사나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8월 초까지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사장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회사를 좀먹는 투서문화를 없애는 일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게 동종업계의 지적이다.
"투서와 루머가 많이 나도는 기업 치고 잘 되는 기업 없다"는 경영원론 같은 말을 KT 임직원들은 잘 새겨보아야 할 것 같다.
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