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돈 빌리기 어려워졌다 .. 국제자금 다시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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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급이자가 불어나는 등 채권 발행여건이 악화돼 발행계획 자체를 연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여기에 전 세계 회사채의 '바로미터'로 통하던 미국 자동차업체 GM의 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해외채권 발행시장을 잔뜩 얼어붙게 만들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최근들어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됐던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자금 환류는 한국 등 이머징 마켓의 투자위험이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본드 발행계획 이상기류
데이콤은 최근 3억달러 규모의 해외사채 발행계획을 당분간 미루기로 결정했다.
데이콤은 당초 미국계 증권사인 CSFB를 주간사로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3억달러 규모의 무담보 해외일반사채(5년 만기)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져 청약을 연기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데이콤은 이달 들어 홍콩 싱가포르 런던 보스턴 등지에서 해외채권 발행 관련 로드쇼를 진행했으며 청약일은 지난 23일이었다.
농협도 사정은 마찬가지.5년물로 3억달러 정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 대비 0.6%포인트 수준이던 가산금리가 0.1%포인트 이상 뛰어 발행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보통 한 해에 네 번 정도 대규모 해외채권 발행에 나섰던 산업은행도 당분간 채권발행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이유로 교환사채 발행계획을 미뤘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들먹
국내 주요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한국의 국가위험도를 재는 외평채 가산금리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초 0.65%포인트 수준이던 외평채(10년물·2013년만기) 가산금리(미 국채 10년물 기준)는 이달 중순 이후 오름세를 보여 지난 22일엔 0.73%포인트까지 상승한 뒤 23일엔 0.8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올 4∼5월께로 잡혀 있던 정부의 달러표시 외평채 발행계획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조짐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어차피 조기 발행할 계획이 없었던 만큼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발행시기와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전문가들은 아시아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로 미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자금 환류현상을 꼽고 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해외투자자금이 아시아를 떠나면서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곧 아시아 이머징 마켓의 투자리스크가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게다가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GM의 장기채권 등급을 투자부적격인 '정크본드' 수준으로 내릴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아시아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회사채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오동철 한은 외환분석팀 차장은 "지금은 국내에도 돈이 남아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글로벌 본드 발행이 취소되거나 연기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