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KAIST 총장 "멀티플레이어 못되면 곤충과 다를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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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천명에 이르는 국내 과학기술계 고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하지 못하면 곤충과 다름 아니다"라며 '곤충론'을 펼쳐 화제다.
러플린 총장은 최근 대덕연구개발특구 비전 선포식에서 행한 연설 말미에 "사람이 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은 무수히 많으며 하나만 할 줄 아는 것(Specialization)은 곤충이나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최근 저서 '또 다른 우주'(A Different Universe)'에 인용하기도 한 이 구절은 유명 공상과학소설(SF)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러플린 총장은 이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러플린 총장이 '곤충론'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우리나라 이공계 교육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과학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라는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정광화 박사는 "학생들이 전공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평소 러플린 총장의 소신의 연장"이라고 분석했다.
정명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도 "우리나라 학생과 과학자들이 폭넓은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KAIST의 한 교수는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회문제 등으로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일종의 과학문화운동을 이야기한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과학자 기업 대학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참가자는 "우리나라 과학 정책이 너무 세부적인 문제에 집착할 게 아니라 보다 큰 그림에서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꼬집은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편 미국에서 지난달 30일 출간된 러플린 총장의 저서 '또 다른 우주'는 지나치게 미세한 이론과 법칙 연구에 치중하는 현대 물리학을 비판하고 보다 '매크로'한 법칙과 현상의 연구에서 다시 출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