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아파트 호가 vs 실거래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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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7단지 23평형은 시세가 4억5천만원으로 한달 새 수천만원이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시세보다 4천만원이 낮은 4억1천만원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
당시 매도자는 4억5천만원을 고집했지만 2월 이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가격을 낮춘 것이다.
이 계약을 주선한 인근 W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2~3년 상승장에서 하루 새 수천만원씩 값이 오른 사실을 기억하는 집주인들이 정부 규제 영향이 나타나지 않자 터무니없이 높게 부른 가격(호가)이 인터넷에 버젓이 시세로 둔갑해 올려진다"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호가가 급등하자 실수요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호가만 본다면 집값이 재상승의 가속페달을 밟을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간간이 이어지는 거래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집주인이 한껏 올려놓은 매도호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헷갈리는 시세(호가)의 진실은
부동산시장 가격도 주식시장처럼 이중구조를 지니고 있다.
매도가와 매수가의 공백이 생기면 조정을 통해 체결가가 형성된다는 점에서다.
다만 실거래가인 체결가에 신뢰를 두는 증권시장과 달리 부동산시장은 호가가 실거래가와 차이를 보이는 '착시현상'이 지배하는 특이 구조다.
이러한 기형적 가격구조는 개별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거나 개인끼리 거래하다보니 체결가(거래가)의 실체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 상승조짐이 나타나면 매도우위의 장이 형성돼 하루 전의 호가가 다음날 거래가로,또 다시 호가가 상승하는 '거래없는 나홀로' 호가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결국 실제거래가의 파악이 선행돼야 최근 집값 상승의 진실,시장의 정확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아
부동산114의 부동산데이타베이스연구소가 지난 2월과 3월 수도권(서울 포함)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격을 기초로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평균 실거래가와 호가가 일치한 지난해 2월을 실거래가지수 100으로 해 기준으로 삼음)를 조사한 결과,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올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은 지난해 12월 94.9를 시작으로 △올 1월 95.2 △2월 96.0 △3월 97.4로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서울지역은 지난해 12월 96.4에서 △올 1월 97.3 △2월 98.0 △3월 99.6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평균 아파트시세(호가)지수는 수도권은 지난해 12월 97.9에서 지난달 98.6으로,서울지역은 99.0에서 100.3으로 상승했다.
아파트호가나 실거래가 모두 반등시점은 비슷했지만 오름폭은 기대심리가 크게 반영된 시세(호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거래량이 관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 4만~5만가구씩 거래되다 8월 이후 2만~3만가구로 뚝 떨어졌던 거래량이 올 2월엔 다시 5만가구로 늘어났다.
지난해 약세장에서 내집마련을 주저하던 실수요자들이 올들어 반등조짐이 나타나자 매수에 나선 결과다.
따라서 이번 조사결과만을 놓고 보면 거래량이 살아나면서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도 점차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시장이 침체돼 거래량이 줄면 호가지수와 실거래가지수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며 "결국 시장 침체기에는 호가에 거품이 많이 반영된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분석한 한 전문가는 "시장 침체기와 활황기에 따라 매도호가의 실체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은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해 주택매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