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가 낮다" 5일째 순매수 ‥ 우량 IT주 사냥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닷새째 순매수를 나타내는 등 '바이 코스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줄곧 '팔자'로 일관하는 국내 기관투자가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외국인이 주로 사들이고 있는 종목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 IT(정보기술)주다. 기관의 매물을 외국인이 받아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1·4분기 실적 호전에 힘입어 코스닥 IT주가 강한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선취매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외국인의 '바이 코스닥' 외국인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4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지난달 31일부터 5일 연속 '사자' 행진을 벌였다. 외국인은 지난 2월과 3월에도 각각 7백53억원과 7백12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닥지수가 강한 랠리를 펼쳤던 1월에는 1천75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그러다 코스닥시장이 조정기로 접어든 2월 하순부터 '사자'로 돌아섰다. '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사는 전략'을 편 셈이다. 외국인의 매수타깃이 된 종목은 코아로직 엠텍비젼 디엠에스 심텍 기륭전자 유일전자 인터플렉스 등으로 대부분 우량 IT주다. 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계 대표주자인 디엠에스의 경우 주력제품인 HDC(세정장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8%로 1위다.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은 국내 카메라폰 구동칩 제조분야의 양대산맥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17.7%와 19%에 달한다. 심텍과 인터플렉스는 인쇄회로기판(PCB) 분야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간판업체들이다. 기륭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디지털위성라디오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휴대폰 키패드를 만드는 유일전자는 코스닥 휴대폰 부품업체 중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대장주'다. 잇따른 매수세로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지난 2월 13.23%에서 이날 현재 13.70%로 높아졌다. 거래대금 비중도 같은 기간 2.14%에서 2.93%로 뛰었다. ◆외국인 '사자'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의 공격적 성향을 지닌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거래소발 실적 모멘텀에 힘입어 앞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우량 IT주의 강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베팅'했다는 설명이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거래소 IT기업들이 반등세를 보이자 외국인들이 코스닥 부품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싸보이는 저가 메리트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IT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경우 거래소 IT기업보다는 코스닥 IT부품업체들의 주가 상승탄력이 훨씬 클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을 노린 외국인이 코스닥의 우량 IT주를 꾸준히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음주부터 거래소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중소형 IT부품주 사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