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파워 커졌다..광고 콘텐츠등 좌우 · 정치권 영향력 막대

"삼양식품이 살아난 데는 리서치의 역할도 무시못합니다."(제일기획 관계자) 지난달말 7년만에 화의를 졸업한 삼양식품. '라면종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 이 회사가 극적으로 회생한 단초를 리서치회사가 제공했다는 사실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의사결정을 위한 품의서에 리서치데이터가 첨부되지 않으면 결재 싸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리서치(조사) 업계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상품광고 콘텐츠에는 어김없이 리서치 결과가 반영돼 있으며,특히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경우 리서치 결과에 사활을 거는 형국이다. ◆리서치가 광고콘텐츠를 좌우한다 제일기획은 삼양라면 CF를 만들기 전 광범위한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농심 신라면이 라면 맛의 '스탠더드'로 각인되어 있었다. 맛으로 어필해서는 경쟁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대책마련에 나선 기획사측은 조사 결과에서 라면이 '당기는' 공통적인 순간이 있음을 간파해냈다. 야근을 막 끝낸 직장인,늦은 밤까지 책과 씨름하는 수험생…. 이같은 방향으로 CF가 바뀌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2003년 하반기 한달 평균 40만상자 안팎이던 판매량이 2004년 하반기에 80만상자로 늘더니 올들어서는 1백만상자를 돌파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시장 조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해외 44개국을 대상으로 가전시장 조사를 하면서 25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갤럽 박무익 소장은 "기업들이 경영합리화를 화두로 삼으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됐고 이를 위해 리서치를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한다. ◆정치권에도 막강 영향력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사장은 "각 정당이나 청와대로부터 조사의뢰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각종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리서치결과를 토대로 이미지메이킹 전략 수립에 하고 있다. 정부나 공기업도 공공정책 개발을 위한 사전조사나 평가 업무까지 리서치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리서치는 지난해말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3개국 국민에 비쳐진 대한민국 국가이미지를 조사했다. 부동산 시장 조사도 최근 성장하는 부문이다. 갤럽은 이미 부동산 분야를 특화,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타워팰리스'를 짓게 된 것도 소비자들이 주상복합 형태를 선호하리라는 리서치를 토대로 한 것이다. 현재 한국마케팅여론조사 협회에 가입한 조사회사는 모두 30개.이밖에도 줄잡아 1백20여개의 군소업체가 간판을 걸고 있다. 김병일·김혜수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