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방과 교육 ‥ 백만기 <변리사>

백만기 20여년 전부터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국가가 정하는 직장에서 3년을 근무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간주하는 특례 혜택을 받아왔다. 산업 정책적 측면을 고려해서 병역의무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필자의 친구들은 군 입대 대신 국내 주요 기업과 연구소에 입사해 한국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흑백 TV만 간신히 만드는 나라에서 그들은 반도체와 컴퓨터,팩시밀리 등 신제품 개발의 주역으로 활동했고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 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요즘도 이공계 특례 제도가 국가 정책 수행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병역의무의 이행은 과거와 달리 새로운 교육적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나은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인내력을 기르고 신체를 강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얻기 어려운 교육 기회인 셈이다. 네트워크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자질을 보완해 주고 도전 정신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마당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군복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병장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최근 최전방에서 군복무 중인 아들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는 이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해주었다. 일련의 훈련 과정을 치르면서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새롭게 느꼈고,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병무 제도에 있어서는 우리의 8분의 1에 불과한 600만여명의 인구로 철통 같은 국토방위와 동시에 세계적인 군수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춘 이스라엘이야말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다. 이스라엘은 군복무 기간 중 투철한 정신력과 전문 기술을 갖춘 완성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상당한 예산 지출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우리도 군복무의 교육적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