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보험 도입, 꼭 필요한 것인가

'？？건강보험으로 부족한 병원비까지 다 해결하세요.' 요즘 보험사들은 민간보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또 정부는 사회보험인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보완하고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민간 의료보험제도의 도입과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영리법인에 의한 병원 설립도 허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보험사들은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의 증대,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 등으로 의료비 규모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건강 관련 시장을 보험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잇따라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민간보험 도입 주장의 근거로 국민소득 증가,삶의 질 향상에 따른 의료 욕구 다양화·고급화 등을 거론하고 있다. 또 기존의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으로는 국민들의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공적보험을 대체할 수단으로 민간보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민간보험 도입이 공적보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 민간보험이 의료 서비스의 다양화와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한다. 첨단 장비를 이용한 서비스가 질 높은 고급 의료라고 한다면 누구나 최상의 서비스를 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민간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건강한 가입자만을 선택적으로 가입시킬 것이다. 또 민간보험의 관리운영비와 광고비의 보험비용 전가로 의료보험비가 오르고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은 가입에서 소외돼 의료 서비스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다. 또 건강보험재정에서 중산층이 보험재정을 소비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배분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다. 둘째 의료의 접근성 및 의료기관의 양분화로 경쟁력 있는 일부 대형병원은 민간보험과의 계약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대다수의 병원은 민간보험 가입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과 노인,장애인,다빈도 질환자의 진료를 떠맡아 의료 공급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셋째 경제력 있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부유층이 민간보험으로 이탈하고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은 공적 건강보험에 남아 보험재정을 악화시키고,이는 보장성을 낮추면서 의료에 대한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건강보험은 결국 최저 수준의 보장 보험으로 위축될 것이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당연 지정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고 민간보험은 계약을 통한 병·의원 통제 강화와 수가계약 차별화로 병·의원의 내부 계층화 등 의료 공급의 또 다른 왜곡현상을 불러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간보험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다. 현실적으로 공적보험제도 아래에서에 민간보험 가입자는 경제력이 있고 고급의료를 원하는 고소득층과 극히 일부의 의료 제공자일 수밖에 없다. 민간보험은 오히려 국민들의 의료비용을 증가시키고 건강보험의 발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따라서 민간보험의 도입은 아직 이른감이 있다. 지금은 도입 논의보다는 낮은 보장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건강보험의 국민 만족도를 높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