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서울은 변신중

서울 도심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횡단보도가 생긴 이후 서울 시청 근처와 광화문 네거리 주변은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바뀌고 있다. 남산 남측순환도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서 조깅과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남산순환로에는 차가 없어 13일 낮 12시40분 남산 국립극장에서 서울타워로 가는 남측순환도로 입구.평소 서울타워로 올라가려는 차량과 불법주차된 승용차로 몸살을 앓았던 이곳에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선원씨(34)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상 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며 "며칠새 남산 공기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국립극장부터 서울타워를 거쳐 남산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남산 남측순환로에 승용차와 택시 통행이 금지된 뒤 이 일대 차량 통행량은 크게 줄어든 대신 조깅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눈에 띄게 늘었다. 통행이 제한되기 전에는 평일 1800여대,휴일이면 3700여대의 차량이 몰렸지만 최근 각각 250대,210대로 감소했다. 반면 산책이나 조깅,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전에 비해 30∼40% 가량 늘었다. 남산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평일에는 3000∼4000여명,휴일에는 1만여명 정도가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청 주변 상권 들썩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전자 본사에 근무하는 조모 과장(33)은 요즘 점심시간 때마다 즐거운 고민을 한다. 회사 근처 태평로와 북창동 사이에 횡단보도가 생긴 뒤 식사할 곳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횡단보도가 설치되기 전에는 으레 회사 뒤편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길 건너 북창동에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많았지만 막상 가려면 지하도를 건너야 해 불편해서다. 그는 "횡단보도가 만들어지면서 북창동에서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청앞 광장 근처에 세워진 횡단보도로 주변 상권에 변동이 일고 있다. 북창동 상인은 손님이 몰리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비해 태평로 상인은 고객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북창동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노세호 사장은 "횡단보도가 생긴 후 삼성 본관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특히 많이 오고 있다"며 "매상도 이전보다 3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광화문 네거리에 횡단보도 4개가 설치된 이후 세종문화회관 쪽 직장인들이 맞은 편 교보빌딩 후문 음식점을 자주 찾으면서 세종로 주변 역시 전통 상권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말에는 숭례문∼서울역 구간에도 횡단보도가 설치될 예정이어서 이런 변화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