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 르네상스] 저축에서 투자로 ‥ 年15% 고성장

펀드로 대표되는 국내 간접투자 시장은 요즘 한마디로 '르네상스 시대'다. 1999년 262조원까지 팽창했던 펀드 시장은 대우사태와 주가 급락,SK글로벌 사건 등을 거치며 2003년 142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최근 다시 200조원 시대를 맞았다. 이처럼 '펀드 200조원 시대'가 다시 열린 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초저금리 시대에 '예금에서 투자'로 시중자금의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다방면에서 이뤄진 펀드 시장의 질적인 도약도 펀드 전성기를 다시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간접투자에 대한 필요성 고조와 펀드시장의 질적 도약이란 두 축을 바탕으로 국내 펀드시장은 2010년께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진 4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펀드시장,전방위 선진화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바이코리아 때와 비교해 볼 때 국내 펀드시장은 상품 운용(투자) 판매 등 핵심 요소들이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선진화돼 있다"며 "최근 펀드 열풍은 과거처럼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상품 측면에서 최근 5년새 몰라보게 다양화됐다. 부동산 선박 해외펀드 등 종류가 무척 다양해졌다. "펀드투자로 못할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전통적 주식.채권형상품도 세분화되는 점도 투자자의 선택을 넓혀주고 있다. 주식형펀드가 배당주펀드 가치주펀드 성장형펀드 등으로 투자자 성향별로 세분화되는 게 단적인 예다. 판매망이 확대되는 것 또한 매우 긍정적이다. 바이코리아 당시 만해도 펀드는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상품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은행 홈쇼핑 콜센터 인터넷 보험설계사 등으로 넓어지면서 투자자의 '펀드 접근성'이 몰라보게 간편해졌다. 그동안 예금에만 익숙해 있던 개인들도 펀드와 실적배당 상품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얘기다. 이재순 제로인 팀장은 "펀드 운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투명화된 게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제정으로 리스크관리와 공시제도,펀드평가제도가 투자자 위주로 바뀌고 운용 또한 매우 투명해졌다. 과거 스타 매니저 중심의 운용에서 최근에는 △팀운용제 도입 △모델 포트폴리오 제정△리서치 강화 등을 통해 운용의 안정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펀드시장 400조원 시대 예고 펀드시장의 선진화는 국내 투자문화를 '저축에서 투자로' 개편하는 촉매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주식형과 실물 파생상품 해외펀드오브펀드 등 대안 투자상품이 예금의 대체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이런 조짐은 뚜렷해지고 있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올들어 채권형펀드가 11조원 가량 감소한 가운데서도 전체 펀드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선데는 주식형(3조5000억원) 대안투자(5조5000억원) 등으로 신규 자금유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저금리와 노령화 과정에서 안전 상품에서 위험 상품으로 자금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재룡 사장은 "이런 추세라면 국내 펀드시장은 매년 15% 정도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009년이나 2010년쯤은 국내 펀드시장은 지금보다 배 이상 증가한 4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펀드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데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운용사의 대형화와 운용인력의 전문성 제고 등도 펀드 대중화를 위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