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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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참석률이 60% 이하인 사외이사 재선임 건에는 어김 없이 반대표를 던졌고,이사 보수 한도를 과도하게 높이거나 수익이 호전됐는데도 무배당인 경우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1~3월) 중 의결권 행사 대상 324개 기업 가운데 266개사 주총에 참석,31개사(안건 기준 35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내부 지침을 만들어 의결권 행사에 나선 2002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낸 반대 의견(32개사)에 맞먹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수는 △2002년 6개 △2003년 11개 △2004년 15개였다.
주총 안건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1분기 총 1235건의 주총 안건 중 35건(2.8%)에 반대했다.
반대 안건으론 이사 선임건이 26건(74.3%)으로 가장 많았다.
올초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기준을 정비하면서 '이사회 참석률이 60%에 못 미치는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신설한 데 따른 것이다.
고려아연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이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한 이사를 재선임하려 하자 이에 반대했다.
이어 재무제표 승인 반대가 5건이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특별상여금으로 1020억원을 지급하면서 배당금은 171억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범양건영 현대DSF 기륭전자 등은 이익이 늘어 배당 여력이 있는데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반대표를 던졌다.
에스원 디에스엘시디는 이사 보수 한도 인상안이 과도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1분기 의결권 행사 내역은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조만간 의결권 자문기구를 설치,하반기에 보다 세분화된 의결권 행사 기준과 절차를 만들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그러나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영권 침해나 관치(官治) 가능성을 들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대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지분율이 낮은 경우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어도 주총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어서 의결권 행사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온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전략팀장은 "객관적 기준이 만들어지면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주총부터 새 기준을 적용해 기금의 이익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다 엄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주식 13조4713억원(시가 기준,전체 시가총액의 2.7%)을 운용하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