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인터넷뱅킹 이렇게 불안해서야

인터넷뱅킹 이용자의 컴퓨터를 해킹, 거액의 예금을 빼낸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뱅킹이 안전하다는 은행의 장담과는 달리 간단한 해킹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누구든지 은행의 인터넷뱅킹망을 손쉽게 뚫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2250만여명에 이른다는 인터넷뱅킹 고객들의 불안감을 생각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에 해킹을 당한 은행 외에 다른 1개 은행도 똑같은 해킹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주식거래 프로그램도 비슷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안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 것인지 한마디로 IT강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은행들은 비밀번호 공인인증번호가 뚫리더라도 마지막 안전장치라 믿어왔던 보안카드마저 소용없게 되자 그 허점을 보완하고 인터넷뱅킹 방화벽 프로그램 실행을 의무화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으로 고객들의 불안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 약관에 따르면 은행의 과실이 없으면 인터넷뱅킹 사고가 나도 은행은 책임이 없다. 예컨대 고객이 방화벽(防火壁)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모두 고객이 져야 한다는 얘기다. 고객들도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엔 물론 이견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부담을 고객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생각해 볼 점이 분명히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 등에 차이를 두면서 서로 경쟁하듯 고객들을 인터넷뱅킹으로 유도했던 점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정책당국도 그렇고 금융권도 이번 사건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특단의 보안 대책을 강구(講究)하는 동시에 사고 책임 분담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지 않고선 인터넷뱅킹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