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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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각으로 오늘 새벽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회담이었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시기적으로 매우 중대한 국면인데다 그동안 끊이지 않아왔던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가 이번 회담으로 과연 해소될 수 있을지 국제적 이목(耳目)이 쏠린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때문에 양국 정상들이 그런 쟁점들에 대해 어떻게 의견을 조율할지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외교적 해결과 북핵 불용(不容)원칙에 의견을 같이하고, 공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라고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원칙이나 양국관계를 재확인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이 시점에서 갖는 의미는 사뭇 크다. 만에 하나 이번 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북핵 해법에 이견을 보이면서 동맹관계의 균열 조짐이 확인되고 여기에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문제를 질질 끌게 된다고 하면 미국과 북한이 강경 대치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제 앞으로의 관심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쏠리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양국이 대북 유인책 강구 등 북한을 6자회담으로 이끄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면 회담 재개는 의외로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의 신뢰다. 양국이 그동안 동북아 균형자론이라든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과 관련한 이런저런 오해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풀어 나간다면 신뢰 회복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고 본다.
북한도 더 이상 명분만 내세울 일이 결코 아니다. 북한이 지금 6자회담 복귀를 저울질하는 중이라면 무엇보다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다. 북핵 문제가 언제까지나 시간을 끌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님은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고 보면 지금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 자세로 돌아설 수 있는 적기(適期)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시간만 끌며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켜 모든 외교적 노력이 소진됐다는 판단을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공유하게 된다면 그 때는 정말이지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지 모른다. 북한이 명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바로 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