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성들, 스타 CEO로 거듭나다


'어제는 군(軍) 장성, 오늘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일하는 곳은 달라도 지휘봉을 잡고 조직을 이끌어가기는 매 한 가지의 인생을 이어가는 군 출신 CEO들이 적지 않다. 군문(軍門)을 떠났지만 군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어디 가랴.전역 이후 기업의 수장을 맡아 '스타(☆)' 기업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이들은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평가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CEO는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육사 25기ㆍ예비역 중장). 지난 2003년 군인공제회 최고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김 이사장은 4조7000억원의 자산을 굴리며 기업 인수합병(M&A)과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서 공격 경영을 펼치면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대대장은 중소기업 CEO,사단장은 대기업 CEO라는 자세로 부대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해 '군인 CEO'로 통했다. 그러나 CEO로 변신한 그의 경영 마인드는 전혀 군인답지 않게 유연성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규복 ㈜아신 대표(공사 19기ㆍ예비역 준장)도 기업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 박 대표는 공군본부 복지단장을 마지막으로 전역,2003년 유통ㆍ물류 전문기업인 아신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군이 원래 물류의 원조인 데다 오랫동안 물류분야를 담당했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다"는 그의 취임 당시 자신감은 그대로 실적으로 연결됐다. GS25 훼미리마트 등 편의점의 물류를 대행하고 수산물도 유통하는 이 회사를 맡아 2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300억원이다.


해군본부 인사 차장을 지낸 이연근 정림DNB 대표이사(해사 23기·예비역 준장)도 건설업계에서 성공한 CEO. 1993년 전역 후 친척이 경영하던 철골제작 및 설치업체를 잠깐 맡아 경영수업을 받은 뒤 지난해 자신의 건설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목표는 200억원이다.
해군참모차장과 해군사관학교 교장 등을 지냈던 백석기 ㈜생각나라 대표(해사 13기ㆍ예비역 중장)도 기업인으로 안착한 케이스.백씨는 군복을 벗은 1990년 웅진출판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기업경영에 발을 담갔다. 매출 600억원의 기업 경영을 맡은 지 9년 만에 3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백씨는 1998년 말 외환위기 극복과 함께 회사 경영을 오너인 윤석금 회장에게 넘긴 후 ㈜생각나라를 설립했다. 연매출 40억원 규모의 이 회사는 주로 CD를 제조하면서 동시에 게임 및 애니메이션 관련 잡지를 출판하고 있다.


심장섭 로움 코리아 회장(공사 3기ㆍ예비역 소장)은 장성 출신 기업인 중 원로로 통한다. 30여년의 군생활 후 그리스대사 등을 거쳐 1988년 종합전기소재 업체인 로움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반석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 회장의 공사 2년 후배인 김득만 DM항공교역 회장(공사 5기ㆍ예비역 준장)은 1996년 회사를 설립,항공기 부품 등을 수입하고 있다.


차영구 국방부 전 정책실장(육사 26기ㆍ예비역 중장)은 지난 2월 휴대폰생산 전문업체인 팬택앤큐리텔의 상임고문으로 둥지를 틀었다. 차 상임고문은 군에서 배운 전쟁의 원칙인 집중,융통성 등이 기업 경영전략과 너무 닮은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들의 성공요인은 뭐니뭐니해도 전략 기획 및 위기관리 분야의 몸에 밴 노하우다. 이 때문에 "군 장성 출신은 대기업의 전략형 CEO 내지는 중소기업의 관리형 CEO로 제격일 것"이라는 게 이재영 국방대 교수(운영분석학과)의 분석이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