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과학과목 축소 안된다"

28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원로 과학자와 교수,학생 등 수백명의 과학기술인들이 '초·중등 과학교육 혁신을 위한 과학기술인 100만명 서명운동과 포럼'을 갖고 머리에 띠까지 두르며 "과학과목 이수 비중확대"를 외친 것.이날 행사는 평소 묵묵히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 온 과학기술인들이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다소 이색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자의 시위'라는 단순한 흥미거리로만 지나칠 수 없도록 만드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과학 교육 이대로 가다간 큰일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비중있는 과학기술계 기관들이 모두 참여한 이번 대회의 목적은 곧 있을 교육과정 개편에서의 과학과목 축소반대. 참석자들은 2000년부터 시작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과학 과목의 비중과 시간이 대폭 줄어든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축소될 경우 우리나라 과학기술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가한 이영미 인천숭덕여고 교사는 "일선 과학교사들에게는 학기마다 과학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일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창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과학교육 과정을 개편해 왔다지만 교육시간을 줄임으로써 기본적인 과학적 소양조차 갖지 못한 과학도를 양산해 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견해다. 김창경 한양대 공대 교수는 "물리를 전혀 배우지 않고 심지어 적분 기호조차 모르는 학생이 이공계로 진학하는 현실"이라며 "지난 7차 교육과정은 처참한 실패"라고 지적했다. 좀 더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 정책을 세워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며 서명 운동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끝을 맺었다. "만약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현행 교육시스템에서 과학교육을 받았다면 과연 오늘과 같은 성과를 낼 수가 있었을까"라는 한 참석자의 말이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장원락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