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외국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까닭

완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고가 한국 공장을 철수키로 했다고 한다. 릴리 등 적지 않은 다국적 기업들도 한국 공장을 폐쇄(閉鎖)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니 참으로 우려가 크다. 외국기업들이 한국 공장을 포기하는 데엔 물론 나름대로의 사정도 있을 것이다. 레고의 경우만 해도 인터넷 게임의 발달로 완구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하지만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근본적 원인이 날로 악화되는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에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공장 철수를 결정한 기업들이 한국은 더 이상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갖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다 인건비는 경쟁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다. 지난 3월 경기도 군포 공장을 폐쇄한 다국적 제약회사 와이어스는 "아일랜드 공장보다 한국의 인건비가 더 높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고질병인 대립적 노사문화도 큰 부담이다. 노바티스의 경우는 무려 4년여에 걸친 파업에 시달리다 공장을 매각하고 말았다 한다. 어쩌다 새로 한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경우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 때문에 부지 마련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치기 일쑤고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 등에 밀려 아예 사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러니 우리 기업들조차 해외를 선호(選好)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업의욕을 짓누르는 조치들을 남발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증발했는가. 약속했던 수도권 공장증설 허용마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국에 오려던 외국기업들이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나아가서는 하나씩 철수를 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이 어찌 하는지는 미국 앨라배마주가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전기 가스 도로 같은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등 인센티브만 2억5000만달러어치나 제공한 사례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있는 기업마저 내몬대서야 말이 되는가.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