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명칭 보험사 독점권없다"..'농협보험' 승소판결

농협이 공제상품에 대해 '보험''생명''화재'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둘러싸고 벌어진 민영보험사와 농협 간 법정다툼에서 법원이 농협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협공제나 신협공제 새마을공제도 유사용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보험업계가 항소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3부(조경란 부장판사)는 14일 삼성생명 등 22개 생보사가 농협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생보사들은 "농협공제 대신 농협보험 명칭을 쓸 경우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고 이는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보험이란 용어는 '보험업법상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란 의미 외에도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농작물재해보험법' 등과 같이 국영보험이나 유사보험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며 "공제가 보험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공제사업도 보험이라는 용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생명이란 용어는 생명보험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생명공제의 줄임말로 사용될 수 있어 보험회사들만 '보험'이나 '생명'이란 표장을 독점적으로 쓸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영업권 침해에 대해서도 "공제와 보험은 입법정책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 감독기관과 규제 방법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며 "농협이 공제사업에 '보험'이란 표장을 사용해도 원고들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지난 2003년 5월부터 농협생명 농협화재 등의 이름으로 광고를 하다 보험업계와 정부부처의 권고에 따라 이들 명칭 사용을 자제키로 했으나 광고판 교체 문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해 3월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