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없는 싸움…240억 손실..아시아나 최장 90일 파업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24일 이 회사의 제주 노선은 총 94편 중 81%인 76편 운항에 그쳤다. 25일 제주 노선 운항률이 78%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등 결항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잘못되면 10월 중순까지 파업=조종사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회사측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에 대비,최장 90일간의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 이른바 '90계획'에 따르면 노조는 13개 핵심 요구 사안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 기간 중 4차 숙영지까지 옮겨다니며 회사측과 협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1차 숙영지인 인천연수원에서 일주일을 보낸 노조는 거점을 충북 보은군 신정리 신정유스타운으로 옮겼다. 노조는 이곳에서 다음달 5일까지 머물기로 했으며 최대 다음달 20일까지 가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노조측은 "'90계획'은 만일을 위해 대비한 것일 뿐 장기 파업을 위한 계획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주재홍 부사장은 이날 "조종사노조가 24일 속리산행을 택한 것은 사실상 협상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더 이상의 국민 불편과 산업계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조정 등 파업을 제한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업 왜 오래가나=노사간 불신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양측은 '안전운항 '과 '인사 경영권''조종사 자격심의' 등 핵심 사항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날 "안전 운항에 역행하고 인사 경영권을 침해하는 노조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측은 이에 맞서 "조종사의 부당한 자격심의 개선과 비행시간 축소 등은 안전 운항과 최소한의 고용 보장을 위한 요구"라며 "여론과 노조의 자중지란으로 파업을 중단할 것이란 안일한 회사측의 자세가 파업 장기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항공기 블랙박스'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노조는 최근 조종실 녹음 상황과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열람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회사측은 안전 운항을 위협하는 요구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총 78개에 이르는 노조측 요구 중 △개인여행시 조종실 무제한 개방 △비행 실수시 회사 아닌 건교부 징계만 수용 △비행과 관련한 과실이 아니면 해고 금지 등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손실 더 커질 듯=회사측은 8일간의 노조 파업으로 이미 182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해외 예약 고객의 숙박과 타 항공사의 예약 이전 추가 비용 등으로 약 45억원이 들어갔다. 국내 승무원의 경우 절반이 비행을 하지 못해 하루 평균 10만원가량의 비행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 직원들은 예약 취소,운항 안내,예약 타항공사 전환,항의전화·고객응대 등 업무량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조는 이번 파업으로 출신이 다른 조종사들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파업 후 이미 22명이 노조를 탈퇴하는 등 노·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재무 담당 이사는 "파업 장기화로 경영 손실은 있지만 다행히 오는 28일 예정된 회사채 1000억원 발행에는 문제가 없다"며 "파업에 따른 자금 압박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파업이 조만간 끝나더라도 후유증은 클 것으로 우려된다. 휴가철 성수기에 파업을 강행,회사 이미지와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이를 회복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화물 영업망을 정상화하려면 수개월이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완.김현예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