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6각 테이블의 '온도差'

'정전협정-정원 속의 정원-북핵협상.' 서로 낯선 이들 단어는 '6ㆍ25 전쟁이 공식 휴전상태에 들어간 지 만 52주년이었던 27일 북ㆍ미가 옛 중국 황제의 정원이었던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또다시 북핵 문제를 놓고 테이블에 앉았다'는 문장으로 연결된다. 제4차 북핵 6자 회담 둘째날인 27일은 52년 전 북ㆍ미 간 정전협정이 체결된 바로 그날이다. 당시 미국과 북한은 머리를 맞대고 3년 넘게 끌었던 전쟁을 중단하는 사인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정전협정 기념일인 7월27일을 미 제국주의에 첫 패배를 안긴 승전기념일로 지정,공식 공휴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반세기를 넘겨 양국은 또다시 한 테이블에 앉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6자회담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뒤집으면 아직도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금도 전쟁이 발발한 6월25일부터 이날까지 한달여간을 반미투쟁 기간으로 지정,대미투쟁을 고취시키고 있다. 미국이 대북 압력과 봉쇄를 강화하고 있으며 북한인권법 등과 같은 저강도(低强度) 전쟁수단을 통해 체제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지금도 펼치고 있다. 미국내 일각에서도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중심으로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북핵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경우 이전보다 훨씬 강도높은 대북 압박책인 '플랜B'를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회담장 6각 테이블에 앉은 당사자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빈관인 댜오위타이의 팡페이위안(芳菲苑) 1층 대형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낸 각국 대표의 면면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들의 이해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전쟁과 같은 극단적 갈등표출의 양상이 전개되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어느 일방의 이해관계가 관철되기를 바라지도 않는 각국 간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 28일 새벽 때마침 베이징에 내린 빗줄기가 6자회담 참가국 대표들에게 냉정한 이성을 추스르는 계기가 됐기를 기대한다. 베이징=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