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빅뱅 시작] 재계 합종연횡 활발할듯

하이닉스반도체의 총 자산은 8조1500억원.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자산순위 20위권의 동부그룹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대우건설(5조5000억원)과 대우조선해양(5조4100억원)의 자산은 동양 효성 코오롱 등을 앞지른다. 따라서 재계 30위권의 중견 그룹이 이들 기업중 한 곳을 인수하게 되면 서열을 단숨에 10계단 정도 올릴 수 있다. 여기에다 M&A(기업인수·합병) 대상에 오르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알짜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사업 역량을 키운 덕분에 경쟁력도 충분히 검증된 상태다. 인수의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가격이 비싸다는 점.최근 주가가 상승 기류를 타면서 하이닉스의 경우 10조원대,대우조선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3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갖게 됐다. 조(兆) 단위의 자금동원 능력을 가져야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 기업보다 훨씬 자산 가치가 낮은 진로 입찰 때도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써낸 가격은 3조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단독 인수보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기업이나 펀드 간에 컨소시엄을 짜기 위한 이합집산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누구와 손잡나 하이닉스의 경우 채권단이 모든 지분을 외국계 금융 투자자에게 분할 매각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지만 국내 투자자를 우선적으로 물색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인 만큼 LG전자나 동부그룹이 어떤 형태로든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막대한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관련 업체나 투자자들의 합종연횡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하이닉스의 전략적 투자자인 ST마이크로를 끌어들여 'LG전자 또는 동부그룹:ST마이크로:채권단=3:3:3 지분'의 구도로 판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이나 현대건설 인수전은 막강한 돈줄을 쥐고 있는 군인공제회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태영이나 현대건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이 어차피 독자적인 매입 능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경우 과거 경영 실패가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현대건설이 완전 정상화되면서 2001년 1조4000억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해 준 채권단에 단 한푼의 손실도 끼치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와 재매각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군인공제회의 경우 최근 자회사인 칸서스자산운용 등을 통해 구조조정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어 대우건설 및 현대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중국업체들이 복병 대우조선은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GS그룹 등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막상 입찰 공고가 나가면 중국 업계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 강력한 인수 의사를 표시해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대우조선 경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대형 유조선 등에 대한 한국 조선업계의 독점적 경쟁력이 무너질 우려가 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채권단도 대체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우조선 매각 시기와 방법은 국내 기업들이 어느 정도 강력한 컨소시엄을 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부터 매각작업이 진행될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중국계 자본이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순자산 가치는 5000억원에 육박해 삼성 LG 정도가 나서지 않는다면 사실상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