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현대INI스틸, 종합제철소 만들어 글로벌 철강기업 도약


2001년 6월.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아서 디 리틀의 한 컨설턴트가 현대INI스틸을 찾았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근무하던 그가 극동의 철강회사를 분석하기 위해 방문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대INI스틸이요. 가장 역동적인 철강기업 아닙니까. 끊임 없는 인수합병을 통한 선택과 집중,전세계 철강업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국인 컨설턴트의 말 그대로다.


현대INI스틸은 급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2000년 3월 강원산업(현 포항공장),2000년 12월 삼미특수강(현 BNG스틸),지난해 10월에는 한보철강(현 충남 당진공장)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철강 전문기업으로 우뚝섰다.


2011년에는 포스코와 같은 일관제철소도 완공,글로벌 철강기업으로 한단계 더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
현대INI스틸은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외환위기 직후 국내 많은 철강업체들이 부도로 쓰러지면서 철강업계가 위기를 맞았을 때 구조조정에 적극 뛰어들었다.


강원산업,삼미특수강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가 싶더니 부도 이후 7년여간 표류하며 국가경제의 걸림돌로 지목돼 오던 한보철강을 인수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INI스틸의 이같은 행보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다.


지속적인 경영혁신,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구조 창출 과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장래성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반면 미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은 당장은 손해가 나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INI스틸이 86년 무늬강판 생산을 중단하고 87년 고선박 해체사업,94년에는 선재사업을 중단한 게 대표적 예다.


대신 82년 H형강,83년 주단강,90년 스테인리스 냉연,2000년 레일,롤 등의 사업에 새로 진출하고 한보철강을 인수해 열연강판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세계 전기로 제강업체(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인 쇳물로 일반 철강제품을 생산) 가운데 제품 포트폴리오가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개발로 승부


현대INI스틸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구조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연구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신제품을 앞서 개발,신수요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면서 전기로 제강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현대INI스틸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H형강 설비를 도입했다.


철근에 국한돼 있던 건설자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이어 무도장 내후성 H형강,건축구조용 압연H형강 등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무도장 내후성 H형강은 일반강에 비해 4~8배의 내식성을 자랑한다.


도장이 필요없어 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건축구조용 압연H형강은 내진성능을 향상시킨 제품으로 향후 시장성이 기대된다.


최근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생한 지진이 국내 일부 지역에서도 감지되는 등 국내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터여서 시의적절한 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건교부가 내진설계대상 건축물을 현재 높이 6층 또는 연면적 1만㎡(3000평) 이상에서 3층 또는 1,000㎡(300평)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건축구조용 압연H형강의 수요는 더욱 밝다.


철근의 경우 현재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수퍼바(SD500)를 꼽을 수 있다.


수퍼바는 강도를 한층 높인 제품으로 작업능률을 향상시키고 인건비를 줄이는 한편 공기를 단축시켜 경제적인 시공을 가능케 한다.


◆종합제철소 건설까지


현대INI스틸은 지난해 10월 한보철강(현 당진공장)을 인수한후 조기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7개월만인 지난 5월초 열연강판을 상업생산하는데 성공,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이같은 경영능력과 자신감은 종합제철소(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인 쇳물로 고급 철강제품을 생산) 건설의 탄탄한 토대가 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일관제철소 사업 진출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숙원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착착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


현대INI스틸은 연산 700만t 규모(350만t 2기)의 일관제철소를 2006년에 착공,2011년 완공키로 했다.


현재 지자체에 당진공장 인근 가곡리 일대의 지방산업단지(96만평) 지정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일관제철소를 완공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600만t에 달하는 고급 열연강판 수입물량을 대체하게 돼 총40억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일관제철소 건설에 따라 발생하는 연간 건설인원을 제외하고 일관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4000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판재류 생산으로 관련 수요산업에 미치는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 역시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진을 철강산업의 메카로 조성,지역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고급 철강재의 원활한 수급과 수입대체로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