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생방송 범인추적..'박수칠때 떠나라'


장진 감독의 새영화 '박수칠때 떠나라'는 한 여성의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을 그렸지만 전형적인 수사극은 아니다.


논리적인 추리나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내세우기보다는 개성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유머,그들 간에 형성되는 기묘한 역학관계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무엇보다 수사상황을 전국민에 생중계하는 이색 상황을 도입해 타인의 눈길에 노출된 인간 심리의 변화를 포착해낸다.
수사 과정 생중계는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검찰과 새로운 형식의 쇼를 추구하는 방송사가 합일점을 찾은 결과다. 그러나 그것은 카메라 앞에 놓인 사람들의 말과 심리를 왜곡시킨다.


피살자의 원혼을 불러 내는 굿을 생중계하는 장면이 그 예다. 촬영기사가 카메라를 떨궜을 때에야 원혼은 본색을 드러낸다. 살인 현장에 설치된 CCTV는 범인이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또 주인공 검사(차승원)는 자신의 옷으로 카메라를 가린 뒤 용의자(신하균)에게 분노를 폭발시킨다.


이 같은 에피소드들은 타인의 눈길을 의식하는 순간 사람들은 내면의 진실로부터 도피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등장 인물의 태도와 진실 간의 함수관계도 흥미롭다. 검사가 다그칠수록 용의자의 본심은 깊숙이 감춰진다. 검사와 용의자,주인공과 경쟁자인 동료 검사가 서로 대립각을 접을 때 진실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수사극을 통해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던지는 전개 방식은 신선하다.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던지는 유머도 객석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을 끊임 없이 나오게 만든다.


그러나 화면에 흐르는 에너지는 약하다. 주인공의 경쟁자인 동료검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용의자 심문에서 실수한 뒤 마땅히 겪어야 할 시련도 거의 묘사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1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