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타 디자이너 ‥ 김 진 < LG전자 상무 >

영국의 유명 디자인 전문지인 '아이콘(ICON)'이란 잡지에서 21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키워드 21가지를 선정했는데 그 중 13번째로 한국이 포함됐다. 국가로는 유일하게 거론되면서 한국의 디자인 능력과 발전 사항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즉 우리 디자인 능력은 독일과 함께 현대 산업디자인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서양의 무사들이 멋진 갑옷을 입고 말을 탄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5세기 동아시아에서 위력을 떨치던 고구려 무사들이 입었던 갑옷은 몇 사람이나 기억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서양의 갑옷은 만들기 쉽게 넓은 철판을 이어 붙여서 활동성이 떨어지지만 고구려의 갑옷은 너비 2~3cm와 높이 3~4cm의 작은 철로 된 쪽패를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연결,활동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이는 황우석 박사의 젓가락론을 논하지 않더라도 예로부터 우리의 창의력과 손재주는 뛰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남들은 우리를 인정해 주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을 국제적인 반열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산업이 발전하고 디자인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는 사대주의에 젖어 기억에 남을 만한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 한 명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영국에 가면 왕립 미술학교에 디자인학과장으로 이스라엘 출신의 디자이너가 있다. 물론 개인 스튜디오도 갖고 있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디자인한다. 알레시의 최근 제품으로 그가 디자인한 제품이 좋은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사람은 이스라엘 정부에서 선택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키운 것이다. 전설적인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조르제토 주지아로,알렉산드로 멘디니에 이어 근래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필립 스탁,제스퍼 모리슨,론 아라드,카림 라시드 등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국가가 정책적으로 키운 디자이너들이다. 디자인 선진국인 유럽뿐 아니라 이스라엘 이집트 등 디자인 강국이 아닌 나라들도 자국 출신 디자이너들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는 디자인에 의해 브랜드 가치를 포함하는 제반 상징적 가치가 올라가 궁극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